최근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경사가 터졌다. 우리나라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4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엄청난 수출 효과뿐 아니라 원전 후진국에서 자립국을 거쳐 원전 메이저 공급국으로 그 위상이 훌쩍 올라가게 됐다.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터키와 필리핀 등으로의 원전 수출이 본격화되면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원전 선진국으로의 진출이 확실시 된다. 지난 1959년 우리나라 원자력의 씨앗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설립 된 지 반세기 만의 일이다.
▲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IT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요즈음은 다소 변동이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나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주요한 IT 관련 산업부문에서 우리나라는 강력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D램이나 CDMA 휴대전화 등에서는 세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반도체 D램이나 휴대전화 수출 배경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연구소가 있다.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ETRI는 전전자 교환기로 불리는 TDX 개발을 시작으로 98년 이후 세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반도체 D램의 국산화와 함께 90년대 초반까지 미지의 기술이었던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대가는 엄청났다. CDMA와 관련 ETRI는 기술료 수입만 3000억원 이상을 받았으며 전반적인 산업의 파급효과는 56조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D램 반도체 역시 낸드 플래시 등으로의 진화를 거듭해 관련 전후방 산업을 포함 이제는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은 어디가 될까.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수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있다. IT분야뿐 아니라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기술) 등을 망라한 기술의 집합지역이다. 이들 연구기관들에서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모여 각각의 기술개발에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연구원도 마찬가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1994년 설립된 한의학 분야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이다. 200여명의 전문가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한의학연은 2003년을 기점으로 한의학 치료의 기반이 되는 침과 뜸에 대한 연구, 중풍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 연구, 국제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표준화 연구, 그리고 한방 신약연구와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결과물 생산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편찬된 17세기는 우리나라 한의학 역사상 최대 중흥기다. 당시 동의보감은 동북아 최고의 의학서적 이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일본 등지에서도 다시 편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로 대입해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국가대표 품목중 하나인 셈이다.
오늘날 세계 전통의학 시장은 2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절반 가량을 중국이, 나머지 대부분을 독일과 일본 등이 3분하고 있다. 최근 화합물 신약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물을 포함한 전통의학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구기관에서 기술이 상용화되기 까지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거의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IT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과, 산업화, 시장에서의 성공은 수십년이 걸린다. 제2의 원전 수출, CDMA 상용화 등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화의 꽃봉오리가 터지려면 변함없고 꾸준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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