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승철 을지대학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 |
치료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1800년대 말 아스피린이 최초로 개발된 이후 항말라리아제, 금 제제 등을 치료에 이용했다. 그러나 이런 약제들은 류머티스관절염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들은 아니다. 2000년도에 들어 류머티스관절염의 치료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는 데 그것이 바로 생물학적 주사제의 등장이다.
생물학적 제제란 질병의 원인물질을 찾아내 정확히 그 물질만 억제하는 치료제로 관절 이외의 다른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존의 치료제와는 차별화된다. 생물학적 주사제로 초기에 나온 약제로는 류머티스관절염 발생 및 관절 손상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약제들이다. 현재 생물학적 주사제는 엔브렐, 휴미라, 레미케이드가 국내에 출시돼 있다.
그 동안 류머티스관절염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간주됐으나 생물학적 주사제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2~3년 이내 완치수준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현재 전세계적인 추세는 류머티스관절염으로 진단되면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조절하고, 6개월 정도 약을 복용해도 염증 감소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면 생물학적 주사제 사용을 시작한다.
생물학적 주사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매월 120만원 정도의 치료비로 환자들에게 많은 경제적인 부담이 되었지만 이제는 치료비 부담이 많이 줄었다. 2009년 7월 정부가 류머티스관절염을 포함한 138가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류머티스관절염 환자는 의사의 확진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생물학적 주사제 등 고가의 치료가 한달에 9만~10만원 선으로 경감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위의 세가지 생물학적 주사제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들이다. 다행히 이런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또 하나의 생물학적 주사제가 개발된 것. 이 네 번째로 개발된 약이 바로 '맙테라'라는 주사제다. 기존의 주사제와 달리 한 번(2주 간격으로 2회 주사) 맞으면 6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는 약이다. 특히 기존의 세 가지 주사제에 반응이 없어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 그러나 주사제의 가격이 한 번에 560만원으로 기존 주사제에 비해 고가이다. 따라서 보험 적용이 안되면 실제로 환자들이 사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단 두 번만 보험에 적용되고 그 이후에는 자비부담으로 맞아야 하므로 환자들이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머티스관절염은 10~2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1~2년 안에 모든 관절 변형이 급성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류머티스관절염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관절 변형이 시작되기 전인 '염증 단계'에서 불씨를 잡아야 한다. 하루 빨리 맙테라의 보험 적용 기간이 확대돼 많은 류머티스관절염 환자가 이 새로운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한다. 류머티스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기'를 살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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