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법정 스님은 가도 무소유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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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법혜]법정 스님은 가도 무소유는 남는다

[월요아침]김법혜 (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승인 2010-03-14 12:57
  • 신문게재 2010-03-15 20면
  • 김법혜 (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김법혜 (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 한 사문의 입적을 두고 세상의 슬픔이 봄 바다의 너울 같다. 그가 잘 살았다는 의미다. 무소유, 서 있는 사람들에서 산에는 꽃이 피네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글을 사바세계로 보냈던 사문. 세상 사람들은 보다 적게 가지고 보다 낮은 자세로 살아갈 것을 충고 했던 낮지만 굵은 목소리를 이제 듣지 못하게 됐다. 그 슬픔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그의 목소리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애기다.

▲ 김법혜 (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김법혜 (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는 법정 스님의 입적을 보며 또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겠다. 불교는 삶과 죽음의 문은 본래 하나라고 가르친다. 나온 곳으로 가는 것이고 생성된 근본으로 흩어져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수화풍, 곧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의 기운으로 형성된 육신을 다시 땅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죽음이다. 육신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뭉쳐진 하나의 인연덩어리다.

그러나 그 속에 수많은 생명이 들어 있고 무한한 에너지가 들어 있다. 그래서 육신은 또 하나의 우주, 소우주라는 얘기를 한다. 그 소우주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궁구하는 것이 불교 공부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것을 우리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뭐라 정확하게 이름 지을 수도 없는 것. 그것을 우리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불교를 마음을 닦는 종교 혹은 마음을 깨치는 종교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과 육체, 이 둘의 관계도 중요한 탐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육체를 등한시하고 마음만 강조하면 '마음을 담는 그릇(육체)이 훼손되어도 마음은 그대로인가' 라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육체를 지나치게 중하게 여기면 육체에 집착하게 되고 집착으로 인해 갖가지 병과 갈등이 생긴다. 애욕과 탐욕이 다 육체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것이다.

육신과 마음의 조화로운 다스림이 강조되고 있다. 웰빙 시대라는 것도 결국 이 문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육신과 마음의 상관관계에서 시작된다. 아무튼 불교에서는 육신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면서 마음을 잘 다스려서 좋은 업을 지을 것을 권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입적은 우리에게 버림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있다. 육신을 버리는 것이 죽음이듯 법정 스님은 '죽음 이후의 일'로 또 하나의 큰 가르침을 남긴 것이다. 호화롭고 번거로운 장례를 하지 말라는 유언이 그것이다. 관조차 짜지 않고 평상위에 누워 가사 한 장 덮고 서울 성북동에서 출가본사인 송광사까지 가는 그 모습이야말로 백권의 책보다 많은 교훈을 준 것이다. 그것이 법정 스님의 가풍이었던 것이다.

적게 갖는 것,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것, 이 모든 가르침의 배경에는 집착이란 단어가 도사리고 있다. 재물이나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은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없다. 권력과 권세에 집착 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낮출 줄 모른다. 그러한 집착을 버릴 때 무소유와 낮은 자세가 가능하다. 집착을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어쩌면 어느 정도의 집착은 본능일 수 있다. 다만, 필요이상의 소유가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법이다. 법정 스님은 다 내다버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거기에 만족할 줄 알 때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다. 무소유의 존엄성은 소유하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집착 하는 그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입적은 집착과 아만과 위선과 무질서가 판치는 우리시대에 '필요한 만큼'만 가질 줄 아는 절제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 시키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육신은 다비장의 불길이 꺼지는 순간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 간절한 마음, 순박한 가르침은 사바세계에 중생이 있는 한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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