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일]우리 이름 바로 찾기 '연아와 Yu-Na'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경일]우리 이름 바로 찾기 '연아와 Yu-Na'

[기고]정경일 건양대 문학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10-03-10 16:18
  • 신문게재 2010-03-11 20면
  • 정경일 건양대 문학영상학과 교수정경일 건양대 문학영상학과 교수
1981년 9월 30일,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 올림픽 위원회 총회에서 당시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1988년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는 '쎄울'이라고 발표했다.

▲ 정경일 건양대 문학영상학과 교수
▲ 정경일 건양대 문학영상학과 교수
2000년 10월 13일, 노르웨이의 군나르 베르게 노벨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은 영광스러운 노벨평화상 수상 사실을 발표하면서 상을 받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을 '김대융'이라고 당당히 발표했다.

2010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 밴쿠버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갈 때 시상대에 올라선 자랑스런 한국 젊은이들의 이름은 '이정수'가 아니라 '이중수'로 '이호석'이 아닌 '이호숙'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름 잘못 불리기의 피날레는 단연 김연아였다. 세계의 모든 언론은 우리의 연아를 '연아'가 아니라 '유나'로 부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우리 이름이 잘못 불리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늘어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세계적인 피겨의 여왕은 연아가 아니라 유나로 굳어질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이름이 잘못 불려지는 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가 표기해준 영어식 이름을 보고 자기들 발음원칙대로 읽었을 뿐이다. 사실 외국인들이 Seoul을 '서울'로 발음하기는 무척 힘들다.

김대중 대통령은 Kim Dae Jung로 표기되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Jung은 당연히 '융'으로 읽히는 표기이기 때문이다. 이정수(LEE Jung-Su), 이호석(LEE Ho-Suk)도 캐나다 사회자의 발음 관습대로 불리었을 따름이다. 똑같은 Jung 이라도 노르웨이와 캐나다의 발음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연아의 경우는 조금 달리 이해해야 한다.

김연아의 공식 영어표기는 KIM Yu-Na이다. 누가 김연아의 이름을 이렇게 표기하여 올림픽위원회에 제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국어의 음절구분 원칙에 위배된다. 국어식으로 하면 Yun-A가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발음은 같아지지만 음절 구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아무튼 이런 표기만으로 외국인들이 연아라고 발음하기는 쉽지 않다. 영어나 기타 유럽언어에는 우리의 'ㅓ' 발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름이 잘못 불리는 이런 현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이름이란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사항인데 말이다.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다. 우리의 이름을 로마자로 정확히 표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이름이 잘못 불려진다면 정확히 부르도록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발음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어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잘못 발음되면 친절히 고쳐준다.

우리가 외국인의 이름을 언론에서 고쳐 부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Eusebio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우리 언론은 그를 '유세비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얼마 뒤 그의 이름이 본국에서는 '에우제비오'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그렇게 바꿔 부르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을 이끌던 Ronald W. Reagan도 '리건'에서 '레이건'으로, 브라질의 축구선수 Ronaldo도 '로날도'라고 불리다가 '호나우두'라고 바뀌었다. 모두 그들이 실제 발음하는 관행을 존중하여 불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진다. 이제는 우리도 외국인에게 우리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써 놓고 난 뒤에 그들이 어떻게 부르는 상관않는 태도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것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려지는 자랑스런 이름일 때, 그 이름을 통해 우리의 자부심이 온 세계에 드러나는 것이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도 반드시 어떻게 부르는가를 확인하고 잘못되었을 때는 가장 우리 발음에 가깝게 불러주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국위를 가진 나라 국인의 태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