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보]새학기 꿈꾸는 다락방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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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보]새학기 꿈꾸는 다락방을 생각하며

[시론]심문보 한서대학교 교수

  • 승인 2010-03-10 14:02
  • 신문게재 2010-03-11 21면
  • 심문보 한서대학교 교수심문보 한서대학교 교수
시골집 어디를 가든 지금과 같은 양옥집은 아니지만 자질구레한 살림도구를 보관해 놓는 조그만 다락방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락방에 가면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있었다.

▲ 심문보 한서대학교 교수
▲ 심문보 한서대학교 교수
다락방에는 아버지가 보시던 한자로 된 고서들과 부서진 라디오와 철지난 책, 조금만 장롱과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유년 시절에는 다락방에 올라가 맛있는 떡이며 음식들을 몰래 먹던 곳이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만화책과 어깨동무라는 잡지를 몰래 숨어서 보던 곳이었고, 휴식공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어깨동무라는 잡지를 구독하게 되었는데 집에서는 책값을 주지 않아 오랫동안 모아놓았던 돼지 저금통을 쪼개어 값을 치르면서 책을 보았다.

어머니가 잡지를 보는 것을 반대하였기에 나는 다락방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가슴을 졸이며 몰래 보곤 하였다. 나는 어깨동무라는 책을 통하여 서울 구경도 하고 남산의 어린이 대공원도 찾아가고 서울깍쟁이 친구들도 만나는 곳이었다. 다락방은 내게 있어 숨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조그만 공간이었던 것이다.

옆집에는 짱구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집에 TV가 없던 나와 친구들은 타잔이나 레슬링을 방영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짱구네 집에 놀러 가곤 하였다. 우리가 모여 TV를 보던 곳이었기에 그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만화방도 같이 운영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TV를 보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만화방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되었다.

빛바랜 만화책은 짱구네 집 다락방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그 집 다락방에 들어가 만화 삼매경에 빠지곤 하였다. 일요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아침 먹고 짱구네 다락방에 가서 점심도 건너뛰고 저녁때까지 만화책을 보았다. 다락방에서 나올 때면 목이 너무 아파 고개를 뒤로 젖히지 못할 정도로 아픈 적도 많았지만, 마음만은 뿌듯했었다. 보고 싶은 만화를 실컷 봤으니 말이다.

온종일 만화책을 보면서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해 졌던 것 같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락방에서 꿈꾸었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면. 이것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꿈을 구체화하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는 것이다.

나의 꿈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하여 진정으로 당신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고, 성공한 사람 중에서 닮고자 하는 분을 멘토로 선정하여 미래에 성공한 자신의 모습으로 구체화하고, 소망이 이루어진 모습을 생생하게 꿈꾸며 글로 적으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진실로 온 마음을 다해서 소망하면 우주가 그 소망을 실현해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뜻밖에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 모두 꿈의 노트를 한 권씩 만들어 꿈을 멋있게 그려 갖고 다니면서 꿈을 구체화한다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락방에서 꿈꾸었던 것이 현실화되기를 소망할 것이다. 어릴 적 내가 다락방에서 꿈꾸었던 것은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뒷동산에 올라 친구들과 타잔놀이 하고 개울가에 가서 멱도 감고, 미꾸라지 잡아 매운탕 끓여 먹고, 겨울철에는 개불 놀이에 연날리기 하면서 그저 놀기에 정신이 없었기에 말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춘기를 겪으면서 조그만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 그나마 지금 나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누구나 어릴 적 꿈은 간직했던 다락방을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이 어릴 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소박한 다락방에서부터 더 큰 새로운 꿈을 만들고 희망을 품고자 좀 더 세련되고 화려하게 다락방들을 만들어 가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우리 중에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한 사람도 있고, 여전히 꿈을 쫓거나 무지개를 잡기 위해 분주한 날들을 보내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꿈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의 삶은 꿈을 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다락방이 있었기에 과거보다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세상에는 도움이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성자처럼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들을 위한 삶에 투신하는 것이 가장 옳은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약함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려면 우리 각자 생생한 꿈을 꾸어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우리들 각자의 꿈이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거나 유명한 사람이 된다면 그 꿈을 이루게 도와준 세상을 위하여,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위하여 또 다른 다락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새 학기 대학 캠퍼스에 들어온 신입생을 보며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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