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훔쳐보기]작품감동 나누는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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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훔쳐보기]작품감동 나누는 '도슨트'

관람객에 전시 이해돕는 설명가 1990년대 말 국내 시행 '효과 커'

  • 승인 2010-03-09 14:17
  • 신문게재 2010-03-10 11면
  • 이수정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이수정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얼마 전, 미술관의 어느 도슨트에게 들은 얘기다. 오래 전, 낯선 타국에서 생활하시던 시절 지역의 어느 박물관에 갔을 때, 전시작품들에 대해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던 할머니를 만나셨단다.

국내에는 아직 미술관이며 박물관이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전시작품을 멀뚱히 보게 내버려두지 않고 가까이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그 경험 자체도 낯설었지만, 무엇보다 열성적으로 설명해주시던 그 분이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자원봉사자(도슨트)라는 사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으셨단다.

도슨트란 '말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docere'에서 나온 말로, 미술관의 전시를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획의도, 출품작가, 작품의 의미 등을 설명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말에 처음 시행되어, 200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시행중이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도 2004년 '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에서부터 처음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말 2시와 4시를 기본으로, 평일에도 사전에 예약한 단체를 대상으로 전시해설 을 실시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미술관들이 소장품의 수집과 연구라는 전통적 역할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오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이다.

'일반대중의 교육과 오락'이 '소장품의 수집과 연구'만큼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에, 미술관 측에서 전시 작품을 관람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큐레이터와 대화, 그리고 도슨트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였다.

“미술에는 문외한이라서요.”,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라며 미술관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포괄하지 않고서는 미술의 대중화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적극적으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려는 관객층의 증가가 미술관 운영에 반영된 결과다. 세계여행 자율화 이후 유럽과 미국의 선진 미술관 문화를 체험한 이들을 중심으로 미술관 전시를 보다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다.

20세기 전반에는 미술작품에 대한 외부 정보를 제외한 채 최소한의 명제표와 함께 작품 그 자체만을 전시하는 관행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 관람객 층에서도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당연시하면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관람객의 권리로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셋째, 자신의 지식과 체험을 나누고자 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무리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활동할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운영할 수 없다. 서두에서 언급한 도슨트처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삶'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 이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 도슨트의 경우에서처럼 대부분 '감동'을 나누고자 하는 의지에서 그 활동이 시작됐다. 도슨트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전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해주면서, 미술 감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나누는 이들이다.

초·중·고 12년간 미술 교과가 있고 동네마다 미술학원이며 교습소가 즐비하지만, 실기 위주의 교육으로만 미술을 접하고 자란 탓에 미술을 '보고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나 적다. 미술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 그럼 그림 잘 그리시겠네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미술은 '하는' 것이지만, '보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를 못 만든다고 해서 '의형제'나 '아바타'를 즐길 수 없겠는가. 요리솜씨가 없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지 못하는가.

그림도 다르지 않다. 친구의 안내에 따라 맛집을 찾아가는 길이 즐겁듯, 먼저 작품의 '맛'을 본 도슨트의 안내를 따라 가는 전시 관람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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