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희 대전둔천초 교장 |
복수초를 아시나요?
복수초(福壽草)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2~3월에 얼음을 뚫고 나오기 때문에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업식과 입학식 때는 얼음을 뚫고 나온 노란 복수초를 보여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끼를 찾아 맘껏 즐기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라고 일렀습니다.
눈이나 얼음을 뚫고 나온 꽃이라면 단연 동계올림픽을 꼽게 됩니다. 열악한 환경과 비인기 종목이라는 외면으로 가슴을 적시는 물기까지 닦으면서 선전한 우리의 아이들! 메달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크로커스와 복수초 같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 장한 아이들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 중 10%밖에 끌어내지 못한다는데, 우리 선수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위하여 달리고 또 달려서 평균을 훨씬 웃도는 잠재력을 발휘해준 승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강인한 한민족의 유전자를 세계에 보여준 외교사절로 우리는 그들이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맘껏 포옹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난 2일 입학식 때는 고물고물한 꼬맹이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선 1학년 아이들을 사랑이 많은 선생님들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꽃을 피우려면 우선하여 필요한 것이 선생님의 온기 있는 마중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는 우리 국민의 우수성을 세 가지로 집약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첫째, 음식문화입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여러 가지 반찬을 먹는 사람들은 드물 것입니다. 그 많은 반찬과 양념은 약 100억개나 된다는 뇌신경을 발달시키는데 꼭 맞는 방법으로 신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특식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패스트푸드가 아닌 밥을 잘 먹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둘째, 젓가락 문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그 영향으로 섬세한 기술이나 과학이 필요한 부분에 한국이 단연 돋보인 사례를 우리는 누차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포크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학교와 가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젓가락 사용법을 익혀서 습관화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셋째는 '끼'입니다. 우리나라는 끼가 많은 민족입니다. 그 끼는 우리민족 특유의 승부기질로 눈이던 얼음이던 가리지 않고 뚫고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가야할 정상의 봉우리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꿈을 찾아 꽃을 피울 때까지 수형을 잘 잡아 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스포츠 뿐 아니라 각종 문화, 예술, 경제면에서도 세계의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바램이 있다면, 나눔이나 봉사도 으뜸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에서 달리는 자와 멈춘 자, 그리고 실패한 자들의 갭으로 재생의 인큐베이터가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지구촌에도 각종 재해와 질병들로 그늘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영상으로만 보이는 봄꽃들이, 남녘에서 불어오는 꽃내음과 함께 “서로 돕고 나누어요”라고 속삭이면서 자꾸만 뺨을 부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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