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다면 지구엔 생명체가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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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없다면 지구엔 생명체가 살 수 없었다?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승인 2010-03-09 14:13
  • 신문게재 2010-03-10 12면
  •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나는 이 책을 2004년에 읽었다.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은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교과서의 내용이 거의 전부인 내가 정확히 499페이지에 이르는 본문 내용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내가 볼 때 이 책의 관전 포인트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놀라움과 위대한 과학자들이나 저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엄청난 노력에 대한 감동이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서나 느낄 법한 인생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살아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덤으로 생각하자.

수많은 자연현상 속에서 과연 인간은 얼마나 선택적으로 축복받은 존재일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우주에는 100억 개의 100억 배에 이르는 행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 중 70개 정도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된 이유를 20가지 정도 밝혀냈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자.

- 마이클 하트라는 천체물리학자가 1978년에 했던 계산에 따르면 지구가 태양에서 1퍼센트라도 더 멀리 떨어져 있었거나 아니면 5퍼센트라도 더 가까이 있었으면, 지구에는 생명이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 지구 물리학자들은 우리의 발밑에서 뜨거운 액체 상태로 움직이고 있는 마그마가 없었더라면 지구의 대기권도뿐만 아니라 어떤 생명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천문학자들은 만약에 달이 없다면 지구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돌지 못하고 멈춰가는 팽이처럼 비틀거릴 것이고, 그런 움직임이 기후와 날씨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생명의 존재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 화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에는 92종의 천연 원소가 있고 그 중 하나인 탄소의 존재는 겨우 지각의 0.048퍼센트에 불과 하지만 그나마 없었더라면 생명의 기초인 단백질과 DNA는 생성될 수 없다고 한다.

종합해 보면 여러분이 지구에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평생 동안 살면서 1년에 한 번씩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더 작다고 한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거의 직관에 가까운 비상한 판단력과 가설 그리고 끈임 없는 집념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음에도, 대부분 살아생전에는 그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인정을 받았다. 그런 그들이 후세에 존경받는 이유는 그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을 신념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저자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 출생으로 신문사에서 여행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여행기를 남겼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서 불현듯 내가 살고 있는 행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생각에서부터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의 가장 흥미로운 관심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 하는가이다. 도대체 지구가 얼마나 무겁고, 우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원자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면서, 한편으론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자들이 왜 지진을 예측하지 못할까? 에 대한 궁금증이다.

저자는 궁금증 해결을 위해 책과 잡지를 읽고, 놀라울 정도의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고상하고 인내심을 가진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결국 그 일에 3년이 걸렸다.

빌 브라이슨의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해결을 위한 집념은 위대한 과학자 못지 않다고 여겨진다.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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