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행동이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사과, 별 것 아닌 말이고 또 별 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의 표현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막상 내가 주인공이 되고 보면 사과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인간 갈등 해소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혹자들은 '나를 낮춰 나를 높인다'고 세상물정 모르는(?) 말을 하곤 하지만, 나를 낮추는 순간 세상이 나에게 어떠한 형벌을 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정한 사과를 꺼리게 되는 것이 인간의 치욕스런 참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선으로 협상한 결과물인 조건부 사과를 즐겨하게 되나보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합니다”라는 말에는 '당신이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라면 (비록 내가 잘못한 것 같긴 하지만) 사과드릴 이유가 없으니 반면 떳떳하다'라는 자기 최면을 은연 중 암시하고 있다. 전혀 합리화 되지 않는 모순적 말임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몹쓸 자존심은 최후의 보루로 '조건'을 달고 '아니면 말고'식의 사과를 입 밖으로 내뱉게 된다.
진정한 사과에 조건은 필요없다. 조건을 다는 순간 진정 사과가 아닌 (법률용어로)부진정 사과가 되는 것이다. O와 X사이에 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가 된다는 것이다. 좋아도 말고 아니면 더 좋고 식의 부도덕의 철면피, 부진정 사과.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것을, 굳이 조건을 달아 사과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하지 말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