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대전둘레산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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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대전둘레산길을 걷는 사람들

[중도마당]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국장

  • 승인 2010-03-08 14:09
  • 신문게재 2010-03-09 20면
최근 걷는 길에 대한 광풍이 불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 북한산둘레길, 청주삼백리, 부산그린웨이, 대청호호반길 등 수많은 걷기 코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전에는 산꾼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백두대간 산행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일반국민들이 휴일이면 가벼운 배낭을 메고 둘레길을 찾게 되었다. '걷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여가시간 증대, 생애주기의 변화, 국민들의 웰빙과 로하스로 이어지는 건강에 대한 욕구, 지자체의 지역문화에 대한 관광자원화 정책추진 등이 맞물려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국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국장
'둘레길'의 원조가 있을까? 꼭 집어서 원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둘레길의 근원지가 바로 우리 지역의 '대전둘레산길잇기'라고 볼 수가 있다. 2004년 봄부터 숲과 문화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몇몇이 모여서 '누구나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뒷동산 숲길을 연결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도심에서 가까운 숲길들을 연결하니 약 130 정도가 이뤄졌고, 교통편과 거리를 고려하여 12구간으로 나누게 되었고 답사와 안내산행을 통해서 구간은 보완되었다. 시민들이 쉽게 찾아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아늑한 산줄기와 그 안에 한밭을 흐르는 3대 젖줄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발적인 운영진과 참가자들로 이루어져 새로운 숲길 산행문화를 개척하였고, 숲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즐거움을 나누게 되었다.

대전둘레산길잇기가 시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정착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민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산행에 대한 기본 정보와 자료 공유를 인터넷 카페에서 한다는 점, 힘겨운 정상 정복형 또는 시간 단축형 산행에서 벗어나 산행을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참가자들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시내버스만으로 이용하여 참가할 수 있는 점, 운영진 모두가 자원 활동으로 이루어진 점, 역사와 문화 그리고 흥이 담겨 있는 테마산행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든 일에는 순작용과 반작용이 있다. 대전둘레산잇기의 수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고민은 있다. 그것은 능선 길을 밟는다는 아픔이다. 테마가 둘레산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능선길을 걷게 되는데 참가자들의 등산화에 능선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전둘레산잇기를 더욱 홍보하고 대규모 행사도 치르자는 제안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거절하고 너무 알리지 않으면서 6년을 이어왔다.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게 되었고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좀 더 많은 이들과 숲길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 지역의 또 하나의 자랑인 계족산 임도를 추천한다. 등고선 방향으로 잘 정비된 숲길을 걷는 것이 숲의 훼손을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보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라는 말이 있듯이 참가자들이 지역의 뒷동산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니, 관심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대전둘레산길잇기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새롭게 대청호반산길따라걷기, 대전문화답사둘레걷기, 대전시경계따라걷기, 대전산성트레킹, 실버대둘모임 등으로 분화되어 새로운 테마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참가자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얻어지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이해를 가진 사람들과 숲길을 거닐어 보는 것이 부족한 빈 그릇을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숲길을 거닐면서 나쁜 생각을 하고 미워하거나 분노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숲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쉽게 친구가 된다. 우리 자손들이 같은 숲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에 대하여 깨닫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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