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대전 응급의료정보센터에 한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 때문에 놀란 초보 엄마의 전화였다. 인근의 병원을 급하게 갈 수 없는 외딴 지역이어서 초보 엄마는 1339에 도움을 청한 것. 정보센터의 응급 구조사는 응급조치 사항을 전화를 통해 차분히 설명해 줬다.
지난 1990년 경남지역에서 구급차에 환자를 태우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길거리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지역마다 지역응급의료정보센터를 지정하고 구급차와 병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전화를 통해 응급조치를 지도하기도 하고, 휴일 저녁 당직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거주지 인근의 당직 병원 안내도 한다.
1339에는 5명의 공보의사와 13명의 응급구조사가 근무하며 응급 상황에 적절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황금 돼지해였다. 출산붐이 불어 어느 해보다 응급산모들이 넘쳤다. 밤늦은 시간 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다급한 산모의 전화가 걸려왔다. 충북 영동의 산간 지역이다 보니 인근에 산부인과가 없었고, 출산이 많아 응급 유아용 인큐베이터도 구하기 힘들었다.
▲ 갑작스런 사고나 상황에 도움을 주는 대전응급의료 정보센타 1339가 충남대 병원 응급의료센터5층에 위치했다. 24시간 비상 대기 근무를하는 상황실의 직원들이 현장의 안내 상담과 응급처치로 긴장감마져 감돌고 있다./김상구 기자 |
응급의료센터 응급구조사인 전상연(28)씨는 연계돼 있는 지역의 40여개 병원에 무전을 띄웠다. 무전을 전해들은 충북의 인근 병원이 연락을 해왔고, 전 씨의 병원 안내로 무사히 산모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할 수 있었다.
1339에는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다며 어떤 응급조치를 해야 되냐는 아이엄마 전화부터 술을 먹은 행인이 의식이 없다는 전화, 119 구급대원의 환자 조치를 문의하는 전화까지 쉴 새가 없다.
1339의 활약은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빛을 발한다. 지난해 보령 앞바다 죽도에서 너울성 파도로 수십여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다. 구급차를 보내고, 환자를 구하고, 여유 병상 확보까지 전 과정에서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다급한 상황에는 전화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지시하기도 한다.
119 구급대와 달리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지역 의료기관의 상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 현황에서부터 응급처치 차량, 응급수술 가능여부, 장비보유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현황판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
단순한 병원 안내뿐 아니라 구급차 도착 이전에 응급조치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중요성에 비해 불안한 운영체계를 갖고 있다.
대전 응급의료정보센터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300~400건, 주말에는 2000여건의 응급전화가 밀려드는 상황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이들 전화로 인력이 부족해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상시 고용 인력들은 매일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주 5일 근무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사람의 목숨과 연결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불안한 고용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119는 허위 신고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있지만, 1339는 아직까지 처벌 기준이 없어 곤혹을 치르기 일쑤다. 응급환자 발생과 전혀 연관이 없는 연락으로 타 응급환자까지 방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전응급의료정보센터 유요환 상황실장은 “응급환자의 경우 병원 이송전 응급처치와 신속한 이송이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며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휴대폰이든 일반전화든 국번 없이 1339에 전화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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