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가입하는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이 내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퇴직금 보장과 금융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법인세 절감에 부채비율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퇴직연금에 대해 알아보자.
▲퇴직연금의 정의와 장점=과거 한꺼번에 받던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전환해 근로자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자는 취지로 2005년 12월 도입됐다.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한 환경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공적 기능이 축소되면서 연금 개시 연령이 높아지고 연금 급여율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면서 개인연금 가입도 여의치 않다.
퇴직연금 가입은 다른 이득도 많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금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퇴직연금 가입 금융회사와 거래 시 각종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에도 혜택이 적지 않다. 우선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 퇴직급여충당금을 사외에 적립할 경우 해당 비용을 전액 손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10억원의 퇴직급여충당금을 전액 퇴직연금으로 적립할 경우 과표구간 2억원 초과 시 법인세율이 22%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 2억 2000만원의 법인세를 감면받는 셈이다.
재무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다. 회사의 퇴직급여충당부채가 빠지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안정인 기업 DB형 유리=현재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크게 확정급여형(DBㆍDefined Benefit), 확정기여형(DCㆍDefined Contribution), 그리고 이직 등의 경우에 활용되는 개인퇴직계좌(IRAㆍ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세 가지가 있다. 이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DB형이다.
DB형과 DC형은 10년 이상 가입 후 55세 이상 퇴직연금 수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DB형과 DC형은 큰 차이가 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반면 DC형은 근로자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진다.
DB형과 DC형 가운데 어느 제도를 선택할지는 퇴직금 운용현황, 임금 체계, 임금인상률, 재무 상태 등 해당 기업의 사업 현황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금인상률이다. 통상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크면 DB형이,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작으면 DC형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DB형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퇴직금을 약속한 후 기업이 운용하고 책임을 지는 제도로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며, 회사가 퇴직금의 60% 이상을 금융기관에 적립하도록 하고 있어 회사가 부도가 나도 근로자는 최소한 60%의 퇴직금은 보장받을 수가 있다.
때문에 임금이 계속 인상되는 안정적인 대기업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DC형은 직장 이동이 잦고, 퇴직금 지급 능력이 다소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종별 수익률=지난해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과 보험사를 앞질렀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의 DB형 수익률은 평균 7.29%, DC형은 13.29%로 나타났다.
은행은 DB형 5.36%, DC형 6.41%, 생보사는 DB형 5.63%, DC형이 7.96%였다. 지난해 증권사의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는 퇴직연금을 펀드에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증권사는 전체 퇴직연금 자산의 29%를 펀드에 넣었다.
이 비율이 은행은 8.6%, 생보·손보사는 1% 안팎이었다. 펀드 가입 비율이 높으면 지난해처럼 주가지수가 많이 오를 때는 수익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 주가지수가 곤두박질 쳤던 2008년에는 증권사들의 DC형 평균 수익률이 -4.17%를 기록했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현재 은행(51%)이 가장 높고, 이어 생보사(31.9%), 증권사(11.1%), 손보사(6%)의 순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금은 매우 중요한 자금이니만큼 DC형을 택하더라도 펀드에 모두 넣지 말고 안정적인 예·적금 등에 나눠 넣어 손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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