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의 풍경이 지역 화단에서 선보인다. 지난 2008년 '입체풍경'전을 연 대전창작센터가 두 번째 풍경 시리즈로 '디지털 풍경'전을 마련한 것.
3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과학과 기술의 만남으로 신개념 설치 작품들이 선보이는 자리로, 정정주·고명근·이이남 등 3명의 작가가 함께했다. 정정주는 미니어처를 통해 일상적인 경험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심리적이고 존재론적인 공간체험을 유도한다.
전시장 중앙엔 축소된 미니어처 건물이 놓여 있고, 그 반대편 벽엔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이 비친다. 관람객이 내부를 들여보는 동안 외부엔 관람객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다. 모형으로 만들어진 실제 건물은 물리적으로 현존하며 관객이 장악할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가능한 존재로 제시되지만, 실제 건물을 모형화함으로써 오히려 그 내부에 접근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이남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옛 명화를 재해석했다. 과거 산수의 풍경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풍경이 그려진다. 인류의 발전 과정과 사회구조의 권력 변화 등이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김민기 대전창작센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풍경을 통해 현대미술의 담론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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