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지문은 판소리의 '아니리'처럼 이야기하듯 펼쳐지며 육자배기 한 곡조를 들은 것 같은 애환서린 가락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비유 등 판소리의 요소들이 곳곳에 배어있는 소설이다.
특히 작가는 등장인물의 감칠맛 나는 남도 사투리로 인간의 위선과 탐욕을 지적한다.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나타나는 그들의 삶은 '소 울음'이라는 상징성으로 대변되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진 해학과 재치, 은유와 직유는 사건과 인물의 심리에 사실성을 넘어 삶에 대한 그 이면의 깊이를 가늠케 할 정도다.
이 소설은 호남평야의 농투성이로 살아가는 뻗정다리 종두에게 소귀신이 달라붙어 소 울음이 그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종두 부친의 죽음과 그로 인해 죽은 소의 이야기가 남도민, 농사꾼들의 삶과 애환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화남/류영국 지음/312쪽/1만원
▲분신=이 책은 불교 탄압에 맞서 과감하게 몸을 불사른 베트남의 틱 광득 스님의 자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틱 광득 스님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는데 실제 베트남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책에 따르면 틱 광득 스님이 분신할 당시, 열렬한 가톨릭 신자인 웅오 딘 지엠 대통령과 그의 일가족은 베트남을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해 불교를 탄압하고 있었다. 승려들의 부당체포와 고문, 그리고 학살이 이어졌으며 비폭력으로 맞서 싸우는 불교도들의 희생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 때, 틱 광득 스님은 “나는 언제 어디서든 소신공양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화염에 몸을 불살랐다.
이 소설은 제56회 일본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藝術選?文部科學大臣賞)’과 제57회 일본 ‘요미우리(讀賣)문학상’ 을 수상했다. 저자는 이미 일본에선 문학으로 최고의 권위인 ‘아쿠다가와 상’ 후보에도 몇 차례 노미네이트 된 작가로 한국 독자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향/이먀우치 가쓰스케 지음, 김석희 옮김/296쪽/1만2000원.
▲여성성불의 이해=이 책은 성차별적인 불교경전을 시대적으로 분류하고, 그런 요소가 등장한 시대의 불교적 현실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마누법전’을 비롯한 당시의 현실상이 담긴 자료나 연구 성과를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시의 불교적 현실과 불전에 나타난 성차별적인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는데 그 본래적인 의미 및 의도 등을 규명하는데 중점을 뒀다.
저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여성불교, 불교페미니즘의 논의를 위해서라도 전개 과정상의 불교적 현실에 대한 정밀한 고증과 그에 따른 불교경전의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그럴 때에만 남녀 평등한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불교, 새로운 불교경전화 사업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불교경전의 성차별적 요소들은 불교 본래의 성차별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불교가 전개되면서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습합된 것들이고, 따라서 그 비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불교시대사/구자상 지음/28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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