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이 조치원대동초 교사 |
이즈음에 나는 거창한 교육철학을 가진 위대한 스승은 아니어도 어린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여 학생들을 몰아가고 다그치지 않았는지, 어렵고 힘들어 그만 포기하고 싶을 때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는지, 영광의 순간에 얼마나 많이 기억되는 존재인지를 말이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겹겹이 쌓이기까지 무르고 터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밀어주고 끌어주는 힘을 과연 나는 한 번이라도 보여주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전 들었던 한 말씀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가르친다는 것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일이다.”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일을 해 보았는가? 자라는지 자라지 않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쉼 없이 물을 주어야 한다. 콩나물 뿌리가 너무 마르지도 너무 축축하지도 않아야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추어 물을 주지만 빛이 들어갈 만큼 깊이 들추지도 말아야한다. 그냥 흔하게 보이는 콩나물을 키우는 일은 보통 정성스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은 그까짓 콩나물이라고 말하지만 키우는 사람에겐 그 보다 더 애지중지한 것이 없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말씀을 전하셨던 그분이 우습게도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십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이 말씀을 잊어본 적이 없다. 스스로 나태해지고 아이들을 향한 마음의 끈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되면 어김없이 이 말씀이 귓가를 맴돌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작고 사소한 일부터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그 말씀은 나의 교육적 소명이 되어 흔히 말하는 기초와 기본이 충실한 교육을 실천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말하기 쉽지만 누구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세월이 쌓인 흔적만큼 교육적 열정도 변색되어 때론 가야할 길에서 저만큼 비켜가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때, 12년 전 새벽차를 타고 구불거리는 길을 달려 고갯마루에 서면 저 멀리 보이던 첫 학교, 첫 아이들을 기억한다.
그러면 이내 마음이 풍선처럼 커져 미풍에도 한들거리던 그 날의 설렘이 나를 또 일으켜 세운다. 긴 겨울 끝자락에서 봄의 향기가 스쳐지나간 오늘, 새 학년, 새 아이들을 맞을 준비에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이 분주함이 못생긴 발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아이들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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