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감정노동에 대한 배려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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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감정노동에 대한 배려가 필요

[중도마당]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3-01 13:17
  • 신문게재 2010-03-02 20면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관리책임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고객을 상대해오던 A씨는 알 수 없는 증세에 시달리다가 병원에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및 적응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가는 'A씨의 증세는 고객상담 업무에서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강한 직무스트레스'가 원인이므로 '업무상 질병'에 해당된다'며, A씨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산재보상처리를 해주었다.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는 아직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감정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고,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 보호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단순한 개인적 감정관리와는 다른 것으로 노동자가 '업무를 하면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과 태도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의 유형에는 항공사의 승무원, 상품 판매원, 콜센터 상담원 등이 속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서비스직종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직업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일단 일을 하고 있다면 감정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감정노동에 대한 분석은 애초에 항공기 승무원의 업무를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 복도에서 카트를 끄는 동안 육체노동을 하지만 비상착륙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신노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승무원은 탑승자들이 즐겁고 안전한 기내에서 소중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환한 얼굴로 예의바르고 품위 있는 미소를 지어야 하는 또 하나의 노동, 즉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이 때 승무원은 '자신의 실제 감정'과 '조직적으로 설계되고 통제된 감정노동' 사이에서 자기자신을 분리시켜야 하며, 이와 같은 감정노동은 감정의 도구화, 자기소외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전문직이라도 부분적으로는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교수나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평하게 사랑받고 아낌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의사, 변호사 역시 환자나 의뢰인이 보았을 때 자신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준다는 느낌과 신뢰가 가도록 감정과 태도를 관리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노동시장에서 배려와 보호가 가장 시급한 감정노동의 영역은 전화로 각종 신고와 문의, 불만접수 등의 상담을 해주는 콜센터 업무다. 114, 110(정부민원안내) 등 공공 콜센터를 비롯하여 은행, 신용카드회사 등에서 운영하는 콜센터 상담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저임금에 이직률도 높다. 최근 콜센터의 업무는 단순한 문의, 상담의 차원을 넘어 고객의 불만에 대응하여 분노를 완화시키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조사한 것을 보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각종 후유증이 가장 큰 곳은 불만접수 중심의 콜센터로 나타났다.

고객의 불만접수를 전화로 처리하다보니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일단 고객의 불만의 일차적 표출대상은 콜센터 상담원이므로 이들은 분노와 비난, 욕설, 인격모독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고객 모니터링제도에 의하여 상담원들의 업무성과가 평가되므로 상담원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어도 무조건 참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 결과 콜센터 상담원들은 자기비하, 우울증, 냉소주의,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소외 등과 같은 정신적 상처를 받기 쉽다. 소비자나 고객에게는 불만을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이들의 고충도 헤아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근본적 해결책은 감정노동에 대한 노동정책적 배려와 제도적 보호가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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