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춘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장 |
디지털 MMIS는 아날로그 계기나 회로로 구현하던 감시, 제어 및 보호기능을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MMIS를 구성하는 주요 하드웨어 플랫폼은 PLC(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DCS(분산 제어시스템), 그리고 산업용 PC로 이뤄진다. 이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동일 소프트웨어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통원인 고장을 배제할 수 있게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다중성(서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 주요 소프트웨어 격리, 소프트웨어 위험도 분석, 정형 기법의 도입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원전에서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그 결과는 재앙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의 MMIS를 개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신뢰도 확보다. 원전 내부의 고온, 고압, 고방사선 극한 환경에서도 모든 하드웨어와 복잡한 소프트웨어들이 한 치 오차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MMIS를 설계·구축할 수 있는 능력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프랑스(아레바), 미국(웨스팅하우스), 캐나다(AECL) 정도만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KNICS) 사업단을 구성, MMIS의 핵심 기기와 계통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안전등급 제어기기(PLC)와 디지털 안전계통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두산중공업, 포스콘이 공동으로, 비안전 제어기기(DCS)와 제어계통을 전기연구원과 두산중공업, 우리기술 등이 국산화했다. 노심보호연산기계통 개발과 MMIS 검증시험이 끝나는 2010년 7월말이면 전체 MMIS 국산화가 완료된다고 할 수 있다. MMIS 국산화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이는 하드웨어 플랫폼의 국산화이며, 원자력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IT를 접목한 소프트웨어적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자 원자력 강국인 우리나라가 IT와 원자력 기술이 융합된 MMIS를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원전 1기(건설 비용 약 3조 5000억원) 기준으로 IT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00억 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금액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원전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현재 IT 기반 운전지원시스템 분야에서 신경망, 전문가 시스템 등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고장진단시스템, 경보원인추적시스템, 운전절차전산화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 증강현실, 유비쿼터스, 3차원 시각화 기술 등을 이용한 유지보수시스템, 주제어실 설계지원시스템, 훈련용 시뮬레이터 등도 개발되고 있으며, 해커로부터 원전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버보안 연구도 추진 중이다 IT 강국 코리아가 원전의 두뇌인 MMIS에서도 세계 최고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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