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표 33人 '박동완 선생' 장손 박재상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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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人 '박동완 선생' 장손 박재상씨를 만나다

“독립지사 국민무관심 가슴아파”

  • 승인 2010-02-28 15:27
  • 신문게재 2010-03-01 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나라를 되찾으려고 노력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잊혀져가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근곡(槿谷) 박동완 선생의 장손인 박재상(44) 씨는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자택인 유성구 지족동에서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할아버지는 사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이 가운데 젊고 외국어에 능통해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 국외정세 정보는 물론 언론활동을 하신 분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라고 할아버지를 소개했다.

1885년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난 박동완 선생은 한성외국어 학교에 입학해 영어를 전공했지만 한성외국어 학교가 폐쇄되면서 배재학당 대학부에 전입, 기독교를 전공하며 종교인이 됐다. 졸업 후 언론기관에 발을 들여놓으며 언론인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35살로 젊은데다 뛰어난 영어 능력으로 국외정세를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총을 들고 일본군과 맞서 싸우기보다 기독신보 서기로 근무하며 글로써 암울했던 우리 민족에 독립의지를 일깨우며 독립운동에 가담해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1925년 박동완 선생이 지은 '봄의 노래'라는 시(詩)에는 그의 뜻이 깊이 배어있다. '인생인들 슬픔에서 기쁨에 고통에서 쾌락에 눌림에서 자유에 기쁜 때가 이르지 아니할까 보냐?'라며 일제에 억압당하고 있음에도 반드시 독립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겨레들의 가슴속에 심어줬다. 또 '침해, 압박, 학대, 쟁투의 돌덤불을 살으고 녹여 버리사(자)'라며 침울해져 있는 민족에 용기를 북돋았다.

▲ 만족대표33인 중 박동완선생님 손자인 뱍재상씨가  유성구 지족동 자신의 주택에서 할아버지의 견국공로훈장과 훈장증을 들어보이고 있다./김상구기자
▲ 만족대표33인 중 박동완선생님 손자인 뱍재상씨가 유성구 지족동 자신의 주택에서 할아버지의 견국공로훈장과 훈장증을 들어보이고 있다./김상구기자
박 씨는 “할아버지 집안은 포천에서 알아주는 명문가였지만 독립운동을 하면서 가세가 기울어져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어렵게 살았다”며 “나라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등 진 것 같다”고 회고했다.

박 선생은 확고한 독립의식으로 비밀 결사조직에 들어가 독립운동을 벌이며 독립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식에 참여했지만 그 자리에서 일제에 체포됐다. 이 후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가 고통스럽고 지루한 심문과 재판으로 이어진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출옥 후에도 계속된 일제의 방해로 그는 국내에서 민족운동을 전개할 수 없게 되자 해외로 망명해 목회활동과 민족운동을 벌이던 중 병으로 1941년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박씨는 “그토록 밝을 날을 바라셨던 할아버지가 살아온 시간은 자신의 시간이 아닌 일본에 빼앗겼던 시간이었기에 장례를 치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을 거둔 당시에도 일제의 방해로 부고조차 내지 못하고 한 달이나 지난 후에야 유골이 한국으로 돌아오고서야 장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박씨는 의사로서, 또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박씨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독립지사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무관심이 가슴아프다”며 “어렵게 살아가는 독립지사들후손들의 사회적 관심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지사들이 잊혀져 가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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