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선 충청지방통계청장 |
아직도 통계를 딱딱하고 어려운, 자릿수 많은 숫자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통계를 들여다보면 정형화되고 딱딱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만나고 있었던 재미나는 것이라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명절에 물가가 오른다고 계속 매스컴에서 떠들더니 대전지역의 시금치 1단 값이 지난주와 비교해서 이번주에는 평균 얼마가 올랐는지, 대전지역의 2009년 가구평균 사교육비가 얼마라든지, 그런 것이 바로 통계다.
그동안의 고정관념으로 통계가 어렵게 여겨진다면 통계청에서 지난 몇 년간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해온 발자취들을 기억해 볼 일이다. TV 광고에 통계홍보 도우미로 활동하는 꽃게의 낯익은 통계송과 라디오의 '잠깐만'이라는 코너에 통계청장이 직접 출연해 통계 홍보대사 역할로 국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의 여러 순기능 중 역시 가장 으뜸은 복잡한 사회현상을 부문별로 과거와 현재 모습을 조영해 줄뿐 아니라 미래의 예측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구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나 홀로 가구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인데 2009년 인구추계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5가구 중 1가구가 나홀로 가구다. 최근 가속화되는 핵가족화, 고령화 사회와 세계 최저 출산율(1.15%, 2009년)등으로 혼자 사는 가구가 1985년 6.9%에서 20여년 만인 지난해 20.2%로 높게 나타났다.
통계는 정치, 경제, 국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변화에 대한 신속한 국가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통계의 중요성은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무보다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인의 이기심 때문에 통계조사 응답 기피 현상 등 통계조사 현장은 열악해져 가고 있다. 그러지만 어렵고 귀찮을 수 있는 통계조사에도 밝은 미소로 응답해 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통계인들은 웃으며 일하고 있으며, 미래 선진 한국의 소망을 기대해 본다.
2009년도 대전지역 연간 청년실업률이 8.3%로 2008년의 7.7%에 비해 0.6%P가 상승하였으며, 2010년 1월 대전지역 실업률이 4.8%로 보도되었는데 공표된 자료를 보고 대전지역의 지역민들은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통계조사 현장에 나가보면 많은 분들이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불평하거나 조사가 제대로 된 거냐며 따지는 경우가 많다.
현실과의 괴리감을 줄이고자 통계작성이나 현실에 맞는 기준 제시 등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며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응답자도 '나 하나 응답을 적당히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모여 엉뚱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사생활 침해', '남들은 안하는데 왜 나만 응답을 꼭 해야 돼'하며 통계조사에 불응하는 이기적인 태도 역시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국민들이 올바른 통계 마인드를 갖고 정확히 응답을 할 때에야 비로소 응답한 자료들은 통계라는 이름으로 생명력을 갖는다. 자신의 의무는 망각한 채 무성의하게 응답해 놓고 '이거 제대로 조사한 거예요'라는 반문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통계의 발전은 숙제일 뿐이며,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통계는 '작성기관과 응답자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될 때 가장 정확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응답자도 같이 나서야 할 때다. 2010년에는 모든 국민(응답자)이 보다 적극적으로 통계조사에 참여해 통계생산의 핵심인자 역할을 기대하며 통계청과 국민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