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세영 건양대 경영·행정대학원장 |
그러나 중국학생과 한국학생의 평균점수가 비슷한 과목이 있었다. '경상영어'란 과목인데 강의의 주된 내용은 경제관련 영어 단어 습득 및 해석, 전화영어(비즈니스) 연습, 영어면접 연습 등이었다. 시험을 본 결과 중국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학생들보다 훨씬 더 적은 것에 놀랐다. 즉, 영어 단어 습득 및 해석에 있어서는 한국학생들이 중국학생들보다 암기력이 뛰어났으나, 그 밖의 전화영어나 영어면접에 있어서는 중국학생들의 공부하는 태도나 열의가 훨씬 높았고, 또한 중국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중국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에 또 한번 놀랐다. 한국학생들의 평균점수는 51.6이었고, 중국학생은 49.7이었다. 다른 과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학생들의 점수가 좋게 나온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의 영어교육은 재미없는 주입식이며 회화식이 아닌 문법위주이기 때문?”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중국어의 어순이 영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 사람이 영어를 더 잘하는 것 같지도 않다. 문제는 우리가 중국과 비교해도 영어교육에 있어서 '상대적 열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 영어교육의 시스템을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아시아 국가들처럼 교육기간은 짧아도 실용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본인 자신도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이 어려운 대다수의 영어 교사를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영어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은 대학입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학생들의 평균 영어실력이 저조한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들은 영어성적만으로 학생선발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결국 조기 유학을 보내거나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 영어를 습득한 학생들에게 특전을 주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서, 대학들은 영어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마치 세계화에 동참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는 현재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교육 상황에서는 불합리하며 불공평한 처사인 것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사교육을 한없이 조장하면서 공교육에만 의지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중국학생들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우리나라 영어교육 시스템으로는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약하는 우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간헐적이고 충동적이며 단기적인 정부의 정책보다는 보다 일관적이고 계획적이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시급하다. 영어교육이 단시일 내에 완성되지 않는 것처럼 정부의 영어 관련 정책에도 '왕도'는 없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