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놈 마을엔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민이 많다. 심리학자 타일러는 이들을 상담하다 공통점을 발견한다. 새벽 2~3시쯤 잠에서 깨면 하얀 부엉이가 노려본다는 것이다. 타일러는 최면치료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알아내려하지만 치료 도중 환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알래스카 작은 마을 놈(Nome). 영화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마을에서 1200명이 실종됐으며, FBI가 2000회나 방문 조사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알래스카 지역 신문들은 실제 이 마을에선 같은 기간 24건의 실종 또는 의문사가 있었으며 FBI의 수사결과 만취한 사람들이 강에 빠져 익사하거나 동사(凍死)했다고 밝혔다. 그게 몇 건이든 실종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영화는 실종의 진실을 들려줄 수 있을까.
‘포스 카인드’는 제목에서 이미 답을 내놓는다. 외계인과 UFO(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논란을 빚자 천문학자이자 UFO 전문가인 앨런 하이넥은 ‘외계인 목격담’을 4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우주선 목격, 2단계 외계인 흔적발견, 3단계 외계인과의 직접 만남, 그리고 4단계는 외계인에 의한 지구인 납치다. 영화는 놈 마을의 실종을 4단계(포스 카인드. 4th kind), 즉 외계인에 의한 ‘납치’로 본다.
‘포스 카인드’는 ‘블레어 윗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영향을 받은 페이크 다큐영화다. 그럼에도 페이크 다큐가 아니라고 극구 주장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타일러라는 사람이 있었죠. 그녀는 알래스카 놈 지역의 심리학자입니다. 언젠가부터 마을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죠. 박사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최면 치료를 감행하고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게 됩니다. 여기 타일러 박사가 직접 찍은 ‘외계인 존재 충격영상’이 있습니다. 타일러 박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건 공들여 만든 가짜다.
영화 중간중간에 ‘실제 영상’ 또는 ‘실제 녹음’이란 영상이 여러 번 삽입된다. 영상에는 타일러 박사로부터 최면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 심지어 공중부양했다가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마다 전파 방해를 받은 듯 화면이 일그러진다. 영화는 이들이 지르는 소리가 수메르어이며, 해석하면 “나…여기…연구…중단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극초반 밀리 요보비치가 자신이 타일러 역을 맡았으며, 영화는 실제사건이고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믿기 어렵다. 영화 제작진이 가짜 실종 기사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네티즌에 들통난 판국에 어찌 믿겠나. 혹시 너그럽게 속아주고 외계인이 있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관객이라면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진위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영화다. 외계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실제로 일어날까봐 무섭다”는 쪽이다. 하지만 연기 역시 과장된 편이고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의 놀라움과 공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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