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열사의 고향인 천안에서는 오는 28일 봉화제를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고 대책을 숙의 중이다.
25일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최근 7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그동안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린 유관순 열사의 전기문을 다음 달부터 사용할 새 학기 교과서에서 삭제했다. 교과서 전기문을 통해 소개될 인물은 기존의 유관순 열사에서 주시경 선생으로 교체됐다.
교육과학부는 최근 한글을 국가 브랜드로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유관순 열사 대신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집필진의 결정에 따라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등 관련단체는 25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열사의 전기가 교과서에 다시 수록되도록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류근창 유관순 열사기념사업회장은 “국권회복을 위해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 전기가 교과서에 빠진 것은 매우 잘못되고 어이없는 일”이라며“교과서 재수록을 위한 추진위를 구성하고 정부에 관련 내용의 교과서 재수록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3·1절을맞아 유관순 열사가 주도한 독립만세 운동을 기념하는 봉화제를 주관하는 천안시 '병천JCI'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봉균 회장은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사살되고 왜병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 끝에 숨진 유 열사와 19명 순국 선열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같은 일이 발생하 수 있냐”며“정부의 역사인식이 이토록 일천하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고 분개했다.
유 열사 추모각과 기념관을 관리하는 천안시 사적관리소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희순 천안시사적관리소장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나라사랑과 민족사랑을 교육할 수 인물로 유관순 열사를 능가할 인물이 드물다”며 “더욱이 올해는 정부주도의 3·1절 공식행사가 유 열사 기념관에서 열리는 마당에 교과서에서 유 열사의 전기문을 빼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친일문제를 연구하는 민족문제연구소도 반발했다. 방학진 사무국장은“전체적으로 교과서 내용이 교체되는 것도 아닌데 문제가 있는 인물도 아닌 유 열사의 전기문이 삭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독립운동가들은 후손들의 애국정신을 위해 보강되고 추가돼야지 대체하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열사의 모교인 이화여고도 이 같은 소식에 발끈했다. 장명수 이화여고 총동창회장은 “어린 세대들에게 선조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찾아서라도 교과서에 넣어야 할 판에 이같은 상황이 어이없는 일”이라며 “총 동창회 차원에서 교과서에 다시 실리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유 열사는 이화여고를 다니던 1919년 3·1운동으로 학교가 폐쇄되자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와 병천면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제에 체포돼 온갖 악형 끝에 출소를 며칠 앞두고 순국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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