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현대사회에서의 개인정보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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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현대사회에서의 개인정보보호

[시론]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

  • 승인 2010-02-24 14:28
  • 신문게재 2010-02-25 21면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
친절한 미소로 신분을 감춘 미녀 정보요원과 테니스 복장을 한 암살단, 투숙한 호텔 방에서 전기충격과 질식으로 숨진 채 발견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핵심 간부,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하마스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지목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거의 완벽하게 감춰질 수 있었던 암살사건의 주인공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던 CCTV 덕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된 사회가 얼마나 겁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면 감시의 눈이 온종일 붙어다닌다. 아침에 출근길의 엘리베이터에서, 지하주차장에서, 교차로와 도로의 곳곳에서 감시카메라가 지켜보고 있고 회사의 출입문을 통과할 때는 물론이고 컴퓨터를 켜면 쿠키를 통해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 상에서의 움직임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기밀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사원의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도청하여 개인의 사생활은 없다. 점심시간에 은행에 가도, 백화점에 가도, 공원의 공중화장실에 들러도 몰래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퇴근 후 술 한잔하러 가도 곳곳에서 감시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 누군가의 휴대폰 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찍혀 인터넷에 떠돌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새로운 서비스로 등장하는 아이폰, LBS 서비스(위치기반서비스)와 RFID(전자태그)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는 '빅부라더(Big Brother)' 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이 개인을 감시하는 '리틀부라더(Little Brother)'까지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톰 크루즈가 눈동자를 바꾸어 가면서 열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이 되는 2030년이 아닌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아이폰을 통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정보화 및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효율성이 증가하는 반면에 우리는 우리의 사생활을 포기해야하는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정보화시대에 그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대책 가운데 몇 가지를 든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이 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일본보다 먼저 시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세종시 논란 등 소모적 논쟁으로 정작 사회적으로 시급한 입법 활동과 법집행에 소홀히 하고 있다.

둘째, 공공부문에서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정책이 입안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안된 정책이 개인정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평가하는 “개인정보영향평가(Privacy Impact Assessment)”를 의무화해야 된다고 본다. 현재 개발과 건축을 할 때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를 수행하여 환경과 교통에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지를 미리 예측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처럼 정보화를 추진하기 전에 정보화 사업이 프라이버시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분석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개인정보책임자(Chief Privacy Officer)를 주요한 공공기관에서는 임명하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지휘 감독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정보보호 기술이 발달하여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고, 법이 강화되고 정책적으로 노력을 쏟는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식수준의 향상 없이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정보화 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을 갖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자신이 개설했던 '정보화 사회와 삶의 질'이라는 강의에는 수백 명의 학생이 수강하였던 것을 보면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정보화의 역기능에 대해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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