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터' 제빵실은 군부대에 보낼 쌀케이크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제빵사 2명과 장애인 10명이 함께 오븐에서 나온 빵에 크림을 입혀 쌀 케이크를 만드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발효기에서 적당히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옮기거나 쌀 케이크를 담을 선물상자를 만드는 데 능숙한 솜씨를 뽐냈다.
“오븐에 들어간 빵(밀가루 반죽)의 크기(부풀어 오른 것)를 보고 꺼내면 돼요.”
하얀 가운에 모자를 쓴 지적장애 1급의 김귀홍 씨가 빵굽는 공정을 설명해 줬다. 김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이곳 직업재활시설에서 빵을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베테랑이 됐다. 발효기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반죽을 오븐에 옮기고 다시 잘 구워진 빵을 선별해 꺼내는 게 김 씨가 하는 일이다. 이곳 직업재활시설에서 3년 동안 제빵에 필요한 기술을 몸으로 익혔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김 씨처럼 지적장애를 가졌거나 자폐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아직은 케이크에 크림으로 모양을 내는 등의 전문적인 일은 못하고 있지만, 포장하거나 빵을 직접 굽는 정도는 주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 제빵실 김명구 제과장의 설명이다.
'한터'에는 제빵실 외에도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단순임가공 작업소와 들ㆍ참기름 제작소 등에 장애인 40명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9시에 나와 오전 11시 30분까지, 그리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시간을 나눠 일하고 일정액의 훈련수당을 받고 있다. 여기서 익힌 기술로 독립할 수도 있다.
유병흔 '한터' 원장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을 통해 자립의지를 쌓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남아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이러한 직업재활시설 10곳에 올해 15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는 또 대덕구 문평동 무지개복지공장을 비롯, 올해 말에 장애인 공동작업장 3곳을 완공해 150명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대전시 장애인복지과 이미자 사무관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자활할 수 있도록 직업재활시설 확충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직업재활시설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상품의 판로 확보에도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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