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기 대전가오고 교사 |
지금 눈을 가만 감으면 비록 넉넉한 생활은 아니어도 거짓말 할 줄 모르며 남의 재물 탐내지 않고 작은 보람에 만족할 줄 알며 살아오던 눈망울 똘망똘망하던 꼬맹이들에 대한 그리움에 불타는, 초년병 교사 시절의 추억이 눈에 삼삼 어리는 마음의 고향, 이 정겨운 곳을 이제야 겨우 짬 내어 찾아 가보아도 반겨주던 산언덕, 나지막한 슬레이트 지붕, 그 안에서 마음 포근한 사람들을 만나 풋고추에 고추장 찍어 안주하며 마시던 허름한 막걸리 집, 농사일 밖에 모르던 순박한 학부모들, 계절 따라 변화하는 논밭을 바라보며 출퇴근하던 시골길을 만날 수도, 황토 바다 위의 부표를 찾아낼 수도 없다.
건설현장 기기의 굉음 속에 마구 파헤쳐 놓은 텃밭과 다랑이 논,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던 그림 같은 풍경은 어디로 산화 되어 날아가 버렸는가? 정든 집, 볼때기살 같은 땅, 조석으로 찾아보던 조상 묘까지 다 내어주고 코흘리개 초등학교 때 친구들도, 같이 웃고 울던 이웃사촌과도 봄바람에 민들레 꽃씨 날려 흩어지듯 인근 도시나 깊은 산골 마을로 들어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며 살고 있는지. 정든 고향, 보고픈 동네 친구들과 헤어져야했던 이유는 단지 하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행정의 중심지가 되어야 미래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당위성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다. 국가의 큰 이익이라며 앞으로 백년대계를 내다본 결단이라는 말을 어떻게 마다할 수가 있겠는가?
조상 대대로 대를 이어 살아오던 원주민들은 셈도 그리 밝지 못하고 이해타산에 흔들리지도 못한다. 어떤 문제를 속 깊이, 오래 생각하지도 못한다. 정부나 매스컴에서 매일같이 수도권의 균형개발과 인구 과밀해소를 막기 위해 우리가 살아온 이 땅에다 서울의 행정 기능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기에 흔쾌히 수용해 미래의 행복으로 남기려 한 것이었다. 고향을 등지며 짐 보따리 지고 나온 순박한 원주민들은 오늘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등 세종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안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법 명칭을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라는 이름이 하나 다시 생겼다. 행정 대신에 교육이 들어갔다 교육은 중심어가 될지언정 수식어로 언제나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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