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희]3D 융합산업, 新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사이언스칼럼]현창희 ETRI 기술전략연구본부 본부장

무성에서 유성, 흑백에서 컬러로 진화한 영화계는 아바타의 전례없는 흥행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2D에서 3D로 지각변동하고 있다. 역대 흥행순위 1위를 최단기간(6주) 만에 갈아치운 아바타의 성공은 영상산업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 현창희 ETRI 기술전략연구본부 본부장

또한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0’의 최대 화두는 3D 기술이었고, 세계 TV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의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3DTV를 올해 시장을 이끌 전략 제품으로 내세우며 세계 시장의 선도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TV를 넘어 휴대전화,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3D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3D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3D융합 산업을 IT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나아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여야 할 것인지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3D 융합의 개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가능할 것이나, 기존의 IT 융합과 방송통신 융합 등의 경험을 고려할 때, 3D 융합도 여러 단계에 거쳐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3D 융합은 3D라는 새로운 영상형식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것으로 조금 다른 패턴은 보일 수 있으나 방송통신 융합이나 IT 융합과 유사한 단계를 거칠 것으로 사료된다. 즉, 일차적으로는 영상산업 자체 즉, 게임, 오락, 영화, 방송 등의 분야에서 3D화가 선행되고, 여기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여타 산업분야, 즉 교육, 군사, 의료 등 타 산업분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3D 융합의 로드맵 구축시에 이와 같은 단계별 융합진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준비의 첫 단추는, 먼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산업의 3D융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타 산업분야로의 융합 진전을 독려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먼저 3D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영상산업 분야에 대하여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준비 상태는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3D 입체영화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 상황은 다소 열악하여, 2009년까지 국내 3D 입체영화는 거의 전무했고, 그 동안 3D 입체영상은 테마파크나 전시관용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물론 올해부터 3D 영화가 일부 선보일 예정이고, 위성, 지상파, 케이블에서 3D 방송 시험서비스가 제공되는 등의 가시적인 노력도 포착되고 있으나, 아직은 본격적인 3D 융합시대를 준비하기에 미흡한 것 같다.

3D 산업의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표준화를 조기에 완료하고 이를 국제 표준에 반영하여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10년 내에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 그리고 지상파와 위성DMB까지 거의 모든 매체에서 3D 실험방송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검증된 표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실험방송을 통해 검증된 기술은 국제 표준화에서도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DTV 표준화는 크게 1) 비디오 압축 및 저장포맷, 2) 방송기술 및 3D 포맷, 3) 휴먼팩터의 세 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국내외에서 추진되고 있다. 3D 방송의 여러 표준 중 다른 기술과 달리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한 시청을 위한 휴먼팩터 기술의 표준화일 것입니다.

ISO IWA-3, JEITA 등에서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는 있으나 아직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신문지상을 통해 보도되었듯이 아바타의 상영 도중 어지러움과 구토, 심지어는 그 인과관계가 명확치는 않지만 사망한 사례까지 외신에 보도되는 등 3D 기술이 인간공학적으로 안전한 기술인가 하는 의문이 일각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3D 기술의 조기 도입을 위해서는 눈의 피로감을 최소화하고, 인간공학적으로 안전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국제적 기준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바타로 촉발된 3D에 대한 관심은 방송, 게임, 오락, 교육, 군사, 의료 등 타 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2010년은 명실공히 영상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본격적인 3D 융합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집중하여 3D 융합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면 다가오는 3D 융합산업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미래 핵심 성장동력 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