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수사관련 보도는 정제되고 신중해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봉한]수사관련 보도는 정제되고 신중해야

[시사에세이]이봉한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10-02-22 14:18
  • 신문게재 2010-02-23 20면
  • 이봉한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이봉한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언론은 범죄수사에 대한 보도를 통해 여러 가지 기여를 하게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공기로서의 역할, 비판적 보도를 통해 수사활동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탐사보도로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함으로써 정책형성으로 연결시키는 기능, 더 나아가 사법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구체적 사건해결 및 실체적 진실발견을 지원하는 파트너 역할 등을 해내고 있다.

▲ 이봉한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 이봉한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언론기사보도에서 보이는 수사비난 상용구들은 '뒷북수사', '반쪽수사', '부실수사', '편파수사', '늑장수사', '함정수사', '졸속수사', '허술한 수사', '무리한 수사', '허점투성이 수사', '실적중심수사', '봐주기 수사', '마구잡이 수사'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기대응이나 검거방식이 미흡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은 기사내용을 분석하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찰의 사건수사 관련기사보도는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이며 표현의 정제가 필요하다. 첫째, 근거는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 조성이다. '여고 괴담'이나 '날뛰는 강력범죄, 날새는 경찰수사' 등 극적인 범죄의 발생과 무능한 경찰의 이미지를 결합시킬 때 두려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범죄의 두려움을 조장하는 기사는 특히 어린이 유괴사건이나 성범죄에서 더욱 민감하다.

둘째, 수법의 모방인데 범죄뉴스는 예외없이 범죄의 자세한 수법을 소개하고 화면이 모자라는 경우에 CG까지 동원하여 잠재적 범죄자들이 수법도 배우고 수사를 피해가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셋째, 언론의 공정성 측면이다. 관행처럼 검찰취재를 그대로 여과없이 보도하고 법원에서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 공소제기 및 유지를 담당한 검찰보다는 경찰에게 수사책임을 지우면서 '나쁜 경찰', '경찰얼차려', '막가는 경찰'을 강조하고 결국 불신을 키우게 된다.

경찰공무원들이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나아가 경찰과 언론과의 관계에서 경찰이 언론에 많이 끌려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전체의 80.9%에 이르며 경찰에 대한 왜곡보도가 심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83.4%에 이른다. 사건보도와 무관한 사적인 부분을 흥미를 위해 보도하는 등 상업성에서 비롯된 인포테인먼트 속성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언론종사자의 주장을 빌린다면 경찰관의 권위의식 및 군림의식과 수사를 자신의 사적 영역으로 여기고 이에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언론기관의 문제점으로 종사자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점과 사건만 챙긴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크게 본다면 경찰과 언론의 상호불신의 원인에는 경찰의 보수성과 권위의식, 언론의 정보전달과 비판 및 여론형성기능보다는 사건지향에 치중하는 경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여겨진다.

언론중재법 제 14조 제3항에 의해 당해 업무에 대하여 기관을 대표하여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경찰기관의 장이 언론의 감시비판기능을 무시하고 매사 과잉반응하여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생기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반대로 언론과의 관계 악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부당하게 소극적인 경우에는 결국 수사종사자 개개인의 의지와 자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게 된다.

수사경찰은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영역에 대해서만 아는대로 인터뷰에 응하는 등 당당한 자세가 요망된다. 법집행의 세계가 복잡하여 아마도 언론과 경찰간에는 보다 깊은 이해와 보다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