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병원 편법회계 '고질병'

비영리법인인 대학병원들이 편법적인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적자가 아니지만 결산 조정시 약간의 적자를 낸 것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이익금은 '고유 목적사업 준비금'의 명목으로 숨겨오고 있는 것.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밝힌 '의료회계제도 개선연구'용역보고서와 내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건양대는 1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165억원의 흑자를 냈다.

대신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176억원을 예비해뒀다.

순천향대 역시 결산조정시에는 17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유목적사업금 204억원과 법인전출금 107억원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293억원의 흑자를 낸 것이다. 을지대 역시 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유목적사업금 371억원을 포함하면 실제는 361억원의 흑자를 냈다.

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충남대병원 역시 약간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대병원도 그동안 회계상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150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이 이익이 적자로 둔갑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대학병원 회계제도 때문이다. 대학병원 회계는 비영리법인 회계를 적용받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란 계정을 통해 이익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산조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흑자를 기록했을 경우 흑자금액의 35%를 세금으로 떼야한다. 이 때문에 적자로 회계처리를 하고 잉여금은 고유목적 사업금으로 분류해 놓는다.

비영리법인인 대학병원들은 공익을 위해 운영하라는 취지로 법인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받고 있고, 수가가 낮아 적자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형병원 상당수가 흑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투자하라는 취지임에도 회계투명성이 부족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이사회 간부진만 알 수 있다”며 “만약 이 준비금이 의료 서비스 투자를 위한 비용이라면 투명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대 병원경영학과 이정우 교수는 “의료산업이 교수인건비를 제외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만큼 고유목적 사업금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투명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