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중구 용두동의 한 주택가. 중구보건소 방문보건팀 류계숙, 김희숙, 안성준 간호사는 혼자 사는 김전예(85) 할머니 집 앞에서 마치 친할머니를 부르듯 반갑게 인사했다.
이들은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식사는 어떻게 하셨느냐? 방이 춥지는 않은가?”라며 안부를 묻고 혈압체크 준비를 했다.
김 할머니는 “아이고 우리 간호사 찾아오는 날만 기다리며 살지. 아무 문제없어.”라며 이내 오른팔을 걷어붙였다.
김 할머니 혈압이 109, 74㎜Hg로 정상보다 약간 낮게 나오자 안 간호사는 “할머니 틈이 날 때마다 몸을 움직이고 관절 운동을 하세요.”라며 조언했다.
김 할머니는 유일한 피붙인 딸이 미국에 있어 두 달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보건소 간호사가 딸 같은 존재이다. 건강 체크는 물론 집안 여러 일을 꼼꼼히 챙겨주기 때문이다.
▲ 대전시 중구 보건소 방문 진료원들이 중구 용두동 독거노인댁을 정기적으로 방문, 혈압과 당뇨등을 체크하며 불편한 곳이 없는지 가족처럼 보살피고 있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김상구 기자 |
같은 날 석교동의 한 주택가. 한 장애인 가정에서 이봉자(55ㆍ여), 김양환(46ㆍ여)씨가 빨래감을 거두고 있다. 이씨 등은 불우이웃들에게 무료로 빨래해 주는 ‘석교동 남소저 무료 빨래방’ 자원봉사자들이다.
이씨는 “이렇게 직접 발품을 팔아 모은 빨랫감을 깨끗이 빨아 건조한 뒤 정성스럽게 개서 당일 다시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남소저 할머니는 석교동 남양아파트 201호에 살다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집을 기증했고 현재 무료 빨래방으로 활용 중이다.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활동 중인데 상수도 수압이 약해 세탁 환경이 열악하고 저소득층이 많은 이 동네에선 없어서는 안 될 ‘행복 전령사’이다. 이처럼 어려운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행복을 베풀고 있는 복지사업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많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어서 각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구보건소 방문보건사업은 대상자만 4500가구에 달하는 데 간호사는 고작 11명에 불과,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다.
복지사업 특성상 예산을 국비, 시비, 구비 등 매칭펀드로 조달해야 해 구비 담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석교동 무료 빨래방’은 해당 지역 주민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사유재산인 관계로 지자체 지원은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세제비, 전기세, 전화요금 등 매달 빨래방 운영비는 회원들의 십시일반 모은 돈과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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