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통신권 강탈 '암흑기'

일제강점기 통신권 강탈 '암흑기'

<정보통신 발자취 따라잡기>

  • 승인 2010-02-21 13:23
  • 신문게재 2010-02-22 11면
  • 송의영 KT 대전마케팅본부장송의영 KT 대전마케팅본부장
좌절과 오명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게 마련이다. 그 뿌리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 영향이 남게 돼 자칫 근본마저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겪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륙 침략의 야욕에 불타 있던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필연적으로 철도를 포함한 주요 도로와 거점 항구 등을 개발함과 동시에 통신시설에 대한 강탈을 진행한다.

1905년 11월의 '을사보호조약'보다 7개월여 먼저 한일통신협정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일제의 통신권 강탈은 그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다.

굴욕적인 한일통신협정에 따라 일제는 우리 나라의 행정 및 경제 상의 이익을 명분으로 궁내부 전화를 제외한 모든 통신 사업권을 박탈하고 관련 부동산의 차압과 외국과의 통신사업에 관한 일체의 교섭권까지 금지하는 등 우리나라 통신발전의 근간을 뒤 흔드는 악의적인 행태를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통신의 기술적인 진보는 이루어져 모든 것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하게 된다.

1910년에 무선전신시설을 갖춘 근대식 군함인 광제호와 인천의 월미도간 무선전신이 성공했으며 1924년 서울~봉천간 최초의 국제전화가 개통됐다.

그리고 최초의 자동식교환기가 1935년에 등장해 통신의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등 짧은 시간 동안 전기통신의 기술적인 발전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발전의 결과물은 오로지 식민통치와 대륙침략을 위한 억압의 도구로만 사용되었을 뿐 우리 국민들에게는 통제와 감시, 강압의 도구로만 이용됐다.

특히 일제의 교묘한 전략에 의해 전기통신업무의 운영과 시설의 주요직책을 일본인만이 독점하게 해 한국인의 기술습득과 전문분야 진출이 제한됐다. 이로 인해 광복 후 우리의 통신산업 발전에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기가 끝나면서 해방이 찾아오지만 일제의 그늘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며 해방 당시 4만5000여명의 일반전화 가입자가 존재했으나 이 후 발발한 6·25 전쟁으로 우리 나라 통신시설의 80%가 잿더미로 변하는 암흑의 시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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