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하치이야기]주인 기다리는 하치의 '사모곡'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하치이야기]주인 기다리는 하치의 '사모곡'

■ 하치이야기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리처드 기어, 조앤 앨런.

  • 승인 2010-02-18 19:48
  • 신문게재 2010-02-19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미국 소도시의 대학교수 파커는 퇴근길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아키타견 강아지를 발견한다. 아내 조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커는 강아지를 ‘하치’라고 부르며 키우기로 결심한다. 파커는 수업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하치는 오지 않는 주인을 마중하려 기차역으로 나간다.

 
일본 도쿄의 시부야역 북쪽 입구 광장에는 충견(忠犬) 동상이 서있다. 도쿄대 교수 히데사무로 우에노가 세상을 뜬 뒤에도 10년 동안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린 충견 ‘하치코’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다리가 여덟 팔(八)자 모양이라 ‘하치’라고 불렸던, 이 충성스런 개의 이야기는 1987년 일본에서 ‘하치이야기’로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선 2002년 개봉됐다.

 새로 개봉된 ‘하치이야기’는 할리우드 버전이다. 이야기는 원작과 다르지 않다. 우에노 교수가 파커 교수로 대체됐고, 태어난 지 한 달된 강아지가 우에노 교수에게 보내지는 원작과 달리 기차역에서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해 집에 데려가고, 목걸이에 여덟 팔(八)자가 쓰여 있는 걸 보고 ‘하치’라고 부르는 것으로 각색됐을 뿐. 흥미로운 건 사람과 개의 시선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는 거다.

사람의 시선은 컬러로, 개의 시선은 흑백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개가 사람의 일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들려준다. 똑같은 종이라도 충견이 따로 있는 건 그 때문일 거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거기까진 좋다. 문제는 너무나도 일본적인 충견이야기를 할리우드식으로 각색하면서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의 판타지를 우겨넣으려 무리수를 둔다는 점이다. 일본 개 아키타견을 사무라이도와 묶으려는 시도가 그것인데, 너무 순진한 나머지 종종 웃기기도 한다. 파커는 일본 검도를 배우고, 그의 일본계 친구는 “아키타견은 공을 물어오지 않아. 그런 걸 원한다면 스파니엘을 키우게”라고 말한다. 스파니엘 주인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일이다.

 시점을 현대로 가져왔으면서도 30년대 일본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 역 주변 사람들은 낡은 기차 밑에서 굶주리며 비를 피하는 하치를 보고도 보금자리를 만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치의 기사가 신문에 나도 동물보호단체가 전혀 찾지도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개 팔자가 상팔자’인 현대에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에선 극장 개봉 없이 DVD로 직행했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개봉했다간 무슨 욕을 들을지 모르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