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피해가자'라는 식으로 리베이트 파문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우려해서 나오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제약업계 중위권 규모의 모 제약사는 얼마 전부터 영업사원이 모여 있는 대전지사 사무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영업맨'들에게는 현장 출·퇴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팀장급 이상 간부들도 중요 결재 사황이 아니면 재택근무를 한다.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 당국의 혹시 모를 불시 조사에 대비해서다.
이 회사 한 간부는 “사무실에는 제약 영업과 관련된 자료가 많아서 아예 문을 닫아 놓는 것이 상책”이라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매출 신장을 위한 영업 루트도 눈에 띄게 축소됐다. 리베이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주요 고객인 의사들이 영업사원 대면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제약 영업 5년차인 A씨는 “친분이 많은 원장이 아니고서는 최근에는 병원에 찾아가도 얼굴을 보기 힘들다”며 “이는 곧 제약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제약 영업맨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병원이 아닌 PC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날 정도다. 의사들은 '오리지널 약'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리지널 약'은 특정질환에 첫 번째로 출시된 약으로 반대 개념은 '카피 약'이다. 오리지널 약은 주로 외국계 회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고가 임에도 약효가 뛰어나 제약 영업 시 리베이트가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카피 약은 영세 국내 제약사에서 싼값으로 경쟁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병원에 약을 넣으려고 리베이트가 오고 가는 사례가 잦다는 후문이다.
한 개원의는 “카피 약을 쓰면 자칫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처럼 오해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약 처방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