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행이론]“정해진 운명? 바꿔놓고야 말겠어”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평행이론]“정해진 운명? 바꿔놓고야 말겠어”

■ 평행이론 감독: 권호영. 출연: 지진희, 이종혁, 윤세아, 하정우.

  • 승인 2010-02-18 14:32
  • 신문게재 2010-02-19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최연소 부장판사에 임명돼 축하파티를 여는 김석현. 그날 그는 “네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겠다”는 익명의 협박전화를 받는다. 며칠 뒤 석현의 아내가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석현은 살인의 배후를 찾던 도중, 30년 전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집식구를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뒤 아내는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도대체 누가 왜 가족을 노리는 것인가. 그런데 30년 전 똑같은 일을 겪은 이가 있단다. 최연소 부장판사, 변사체로 발견된 아내, 똑 같다. 날짜도 같다. 평행이론, 다른 시대에 사는 사람이 같은 운명을 반복한다? 그 덫에 내가 걸려든 건가. 그렇다면 30년 전 그와 똑같이 딸도 나도 죽을 운명이라는 건가. 그것도 보름밖에 시간이 없다. 그냥 있을 순 없다. 딸을 지켜야 한다.

 ‘평행이론’의 줄거리는 꽤 흥미롭다. 영화 도입부, 링컨과 케네디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며 평행이론을 설명하는 시퀀스는 흡인력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긴장감을 쌓아가야 하는 스릴러임에도 되레 느슨하게 푸는 경우가 잦다. 평행이론을 설득하기보다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그냥 보라는 투인데, 꼼꼼하지 못해 오류와 의문을 남기니 긴장감이 뚝 떨어진다. 이를테면 주인공 석현에게 30년 전 살해당한 부장판사 한상준의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여기자가 무슨 이유로 과거 사건을 들추는지 설명이 없다.

 이런 종류의 스릴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평행이론 뒤에 감춰진 진실이 뭔지 중반이 지나면 눈치 챌 수 있다. 그런 점을 의식해선지 영화는 많은 반전 뒤 한 번의 반전을 더 시도하는데, 새로움의 강박에 사로잡혀 과정의 디테일을 자꾸 놓치는 것이 아쉽다.

 물론 눈길을 끄는 부분도 있다. 평행이론의 희생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은 신선하다. 공포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너무 티가 나는 불길한 음향효과만 제외한다면 꽤 만족스럽다. 지진희 이종혁의 무게 있는 연기도 무난하고, 특히 살인용의자를 연기한 하정우의 분장과 연기는 아주 잠깐이지만 시선을 붙잡는다. 장발에 교정기, 눈에는 서클렌즈까지 낀 모습으로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정해진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 사람살이가 운명에 붙잡혀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거라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