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수 충남대 교수·온누리한글연구소 소장 |
이제 우리는 로마자가 아닌 한글 문자를 이용해 중국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중국어를 표기하는 이상적인 발음기호로서는 한어병음자모(로마자)보다 한글 문자가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음절 단위 형태의 발음을 전제하는 한자의 발음 표기 문자는 역시 한자와 1대 1 대응을 이루는 음절 단위 형태의 우리 한글이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제안된 국제적인 문자 코드 규약을 유니코드(Unicode)라고 하는데, 우리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의 한자권 국가들이 중심이돼 현재 유니코드에 수록해 놓은 한자는 7만 4000자가 넘는다.
우리 한글 코드 체계는 글자 수가 1만 1172자다. 이제 7만 4000자의 모든 한자의 발음을 한글로 적을 수 있는 한글 코드 체계가 되도록 유니코드를 수정 보완할 때도 됐다. 현재 한·중·일 세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상용한자는 한국이 1800자, 일본이 1945자, 그리고 중국이 상용한자 2500자와 차용한자 1000자를 합해 3500자다. 이를 모두 합해 4000자 정도만 3국의 공용한자로 제정해 어문교육에 활용하고 일상의 언어생활에 사용한다고 해도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중국어 표기 문자인 한자의 발음을 한글로 잘 표기하는 작업은 몇 가지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리는 국어 과목에서 한자를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어휘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국어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어의 한자 '발음'을 한글 문자로 표기해 한국어 한자음과 중국어 한자음을 동시에 가르치면, 학생들은 중국어를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이렇게해 우리는 외국어 교육의 일대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은 수의 한자로 많은 수의 한자어들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컴퓨터에서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이나 휴대폰에서의 문자 입력기를 사용할 때, 자기 말을 로마자로 표기해 이를 다시 한자로 바꾸는 중국인들이 로마자가 아닌 우리 한글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즉, 한글로 중국어를 입력하고 이를 한자로 변환시킬 경우 더 편리하고 간단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어 한자 '王'을 'wang'이 아닌 '왕'을 입력해 변환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문자의 입력과 변환의 용이성을 추구함으로써 문명의 이기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IT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에 있어서 이제 로마자가 아닌 한글문자가 그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 한글로 중국어를 표기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한글 발음 표기를 통한 중국어 교육이 한국 내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아 중국도 자체적으로 한글 발음을 통한 한자 교육(중국어 교육)의 혁신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국이 혼용 표기를 통해 한글을 그들의 일상 언어생활에 사용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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