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병원들은 리베이트 사건 연루 여부를 파악하는데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제약업계도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안단속에 나섰다. 또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의료계-제약업계 간 '검은 거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년간 충청권 병원 100여 곳에 무차별 살포=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리베이트 파문이 불거진 곳은 대전은 물론, 충남·북 등지에 소재한 병원으로 확인됐다. 수사 대상은 국·공립 병원, 시·도립 병원 및 의료원, 법인 형태의 종합병원, 지자체 보건소 등으로 대상 병원만 100여 곳이다. 또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만 120여 명에 이르는 가운데 20~30명가량이 공무원 신분의 의료진이며 개원의 또한 다수 포함됐다.
경찰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리베이트 수수 시기는 지난 2007~2009년 3년 동안이며 연루자만 120여 명, 그 규모는 17억 원 상당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제공한 업체는 연 매출액 500억 원, 종업원만 300여 명 수준의 제약업계 중위권 업체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당사자들은 일단 관행을 이유로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현금 계좌 송금, 상품권 제공, 골프 접대, 회식비 제공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 중이며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관건은 개원의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다.
공무원이 아닌 탓에 뇌물수수 혐의적용이 어렵고 소속 기관에 손해를 끼쳤는지 입증도 어렵기 때문에 배임수재죄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 및 제약업계 패닉=리베이트 사건과 관련 경찰의 칼날이 예리해지면서 지역 병원과 제약 업계, 지자체 등은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리베이트 사건에 관련돼 있음이 밝혀지면 기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7일 각 병원과 지자체 등은 동원 가능한 정보망을 동원해 소속 기관의 연루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각 지자체도 산하 보건소 직원과 공중보건의 등이 부적절한 처신을 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수사대상에 오른 업체 외에 다른 제약회사도 사실상 리베이트 관행을 이어왔던 터라 몸을 사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모 제약업체 영업사원은 “영업장부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당분간 적극적인 리베이트 제공을 삼가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단체는 일선 병원의 약재 구매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통상 병원들이 약을 사들일 때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맨투맨 식으로 밀실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문제가 리베이트 관행을 부추기는 것으로 앞으로 투명한 약 구매 제도를 정착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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