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완]외규장각 도서반환 기대하며

[독자투고]박해완 소설가

외규장각 도서의 환수문제는 단순한 감정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1993년 방한한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고속철 차량선정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위해 어람용 의궤 한권을 영구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돌려주었다. 그 후 양국의 간헐적인 협상에도 불구하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도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던중 문화연대는 2007년 프랑스의 신문 르몽드에 조건 없는 반환을 호소하는 광고를 냈고 소송도 제기했다. 예상대로 프랑스 행정법원은 지난해 말 그 소송을 기각했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설문조사에서 파리의 다수 시민들은 반환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쪽이었다. 사안의 실체를 부각시켜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지난달 7일 정부당국자는 외규장각 도서를 영구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돌려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대신에 한국의 비등한 문화재를 프랑스에 대여해 전시케 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문화재와 교환 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도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반발 여론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는데 결국 이점이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는데 다른 문화재를 볼모형식으로 내줘야 하느냐는 논리의 집착에서 벗어나면 될 것 같다. 보다 신중하게 명분과 현실론을 아울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