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헤아려 책 권하는 법' 알려주는 역사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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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헤아려 책 권하는 법' 알려주는 역사동화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책과 노니는 집

  • 승인 2010-02-16 14:04
  • 신문게재 2010-02-17 12면
  • 김낙희 한밭도서관 사서김낙희 한밭도서관 사서
 우연히 지나던 길에 직원이 한 번 읽어 보라 권하였던 책. 늘 책과 함께 하는 직업이다 보니 제목에 책이 들어간 글귀가 있으면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제목에서부터 책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까지. 책을 들고 서 있는 소년의 눈망울, 단정한 모습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책도 사람과 같이 끌리는 그 무엇이 있는 듯하다. 난 그 소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과 노니는 집이라. 책과 노니는 집은 어떤 집이지, 어떨까 하며!! 퇴근 후 집에 돌아 와 잠시 일상의 일들을 미루어 두고 책을 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재미있어 피식 웃기도 하며, 마음 졸이기도 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때론 화가 나 괘씸해 하기도 하면서, 마지막에는 마음이 찡해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도하며 나와 주인공은 그렇게 함께 되었다.

책속에 있는 그림들도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들과 함께 있는 착각이 들게 해 주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 책을 다 읽은 후 그림만 보아도 그 상황이 생생히 떠오르며 빠져든다.

마음씨 착한 미적아씨, 심술쟁이 같지만 그게 아닌 낙심이, 장이를 괴롭히는 허궁제비가 눈에 선하다. 봄밤의 이야기 연회의 모습에는 나도 밤공기를 맞으며 그 연회에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조선조 말 천주학이 들어오고 사대부가의 부인들 사이에서 소설이 유행하고 필사한 책을 파는 책방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마나 운치 있던가! 정성들여 책을 베끼고 읽고 싶은 책을 손꼽아 기다리며 돌려 읽는 모습.

이글의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로 그 시대에 금했던 천주학 관련 책을 필사하여 천주학쟁이로 몰린다. 장독이 오를 만큼 매질을 당하면서도 책방 주인과의 신뢰로 모진 고문 속에서도 입을 다문 채 결국 죽고 만다. 어린 장이를 혼자 나 두고 가는 그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도 없이 아버지와 살았던 장이에게는 모든 게 무너지는 큰 슬픔이었다.

고아가 된 장이는 책방 주인 최서쾌가 양자로 삼아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필사쟁이가 된다.

최서쾌의 신임을 얻어 책방의 심부름을 하던 중 홍교리와 인연이 되어 그 집을 드나들게 된다. 홍교리의 집은 책과 노니는 집.

'서유당(書游堂)'이라고 불리는 서고가 있다. 이 서고에 꽉 찬 책에서 장이는 놀라기도 하며 신분과 상관없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홍교리의 모습에 감동을 받으며 홍교리에 대해 신뢰를 쌓아 간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홍교리에 대한 인간됨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책 제목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책방 주인 최서쾌의 책 권하는 방법에서 그의 직업의식은 책과 함께 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였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아무에게나 다 권하지 않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렇고 장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헤아려야 해”라고 이야기 하며 책 권하는 방법을 장이에게 이야기 해 준다.

마음을 헤아리며 권하는 책.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이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 외모로 판단하며 겉으로만 친절했던 나의 태도가 부끄러워진다. 나도 진정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따뜻한 사서가 되고 싶다.

단순히 천주학이 배척을 받던 시대에 고아가 된 한 소년의 슬픔 모습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 내 마음이 더 행복해진다. 아버지를 잃어 슬프지만 장이를 도와주는 주변사람들의 따뜻함에서, 그 시대의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에 숙연해 지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다.

모처럼 만난 따뜻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온 가족이 다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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