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나라가 경쟁하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정공은 덕망 높은 관리이자 학자인 공자를 등용해 무너져가는 왕권을 일으키고자 한다. 공자는 뛰어난 지략과 카리스마로 백성의 신망을 받지만 그를 시기하는 무리로 인해 나라를 등지고 떠돌이 신세를 자청한다.
‘공자-춘추전국시대’는 만인의 스승 공자의 삶을 ‘경건하게’ 조명한다. 때론 격하게, 때론 온화하게 공자의 삶을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하나하나 짚어간다. 하지만 제자들과 함께 이 나라 저 나라 고생스럽게 떠돌며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 애쓴 50대 이후의 삶은 새로운 맛이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전략가 공자’에 대한 조명이다. 태산 협곡에서 열린 노나라 정공과 제나라 경공의 회맹 장면. 여기서 공자가 주군의 체면을 높이고 그 공로로 최고 관직 ‘대사구’ 자리에 오른 것은 역사의 기록과 일치한다. 그러나 ‘무례를 꾸짖어 상대의 기를 꺾었다’는 역사의 기록과 달리 영화는 속임수를 써서 영토를 얻어내는 공자의 술책을 그려낸다. 멀리 산 너머에서 일으킨 먼지와 함성으로 위세를 가장해 적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장판교를 홀로 막아선 채 조조의 대군과 맞서는 장비를 연상시킨다.
제나라 병마 500필에 맞서 병마 100필에 불과한 병사들을 이끌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나라를 구하는 지략에다, 또 ‘타삼도 전투’ 공성전(攻城戰)에선 공자는 쏟아지는 화살 비를 무릅쓰고 북을 두드리며 군사를 독려하는 용맹까지 보여준다.
호메이 감독은 “공자는 2m의 장신으로 무장의 아들로 태어나 힘이 세고 활을 잘 쐈지만 학식이 무예를 가렸다”다며 ‘강한 공자’에 방점을 둔 까닭을 설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문적 공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처 알지 못한 공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미덕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중국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헛헛하다. 영화의 초점이 공자의 삶과 철학에 맞춰져 있다 보니, 전쟁신이나 대결 구도에서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
저우룬파(주윤발)는 인과 예를 중시하는 공자의 덕행과 수행으로 또 다른 멋의 향기를 내뿜는다. 큰 눈망울과 천진난만한 웃음을 자랑하는 저우룬파의 인상 때문인지,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은 제대로 다가온다.
공자의 일대기를 35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로 만드는 거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진작이 아니고 지금이었을까. 영화가 끝나자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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