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거라곤 정어리뿐인 섬마을 꿀꺽퐁당. 과학자 플린트는 물을 음식으로 변환하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한다. 실험 도중 기계가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사고가 벌어지고 플린트는 마을사람들의 비난을 받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치즈버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어린 자녀들과 보러 가려는 부모라면 가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자녀들의 배를 두두룩하게 불려 놓는 일이다. 물론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과식의 폐해를 따져 묻는 애니메이션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십중팔구 햄버거 집으로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만큼 음식과 관련한 묘사가 뛰어나다. 엄청난 양의 치즈버거가 보라색 구름을 뚫고 처음 쏟아지는 장면은 색감과 운동감이 압도적이다. 두 남녀가 반투명 젤리로 만든 성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하는 대목은 촉감과 양감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이스크림 눈이 색색으로 내린 아침의 눈싸움처럼 서정적인 풍경도 있다. 햄버거 비와 도넛 우박에서 스파게티 폭풍까지, 수많은 음식들이 위에서 쏟아지거나 앞으로 밀려오는 설정이 많기에 3D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입체감도 살아난다.
주디 바레트와 론 바레트의 동명의 동화가 원작. 기본적으로 기발하고 신선한 스토리에 원작에 없는 인물들을 다수 첨가해 실팍한 살을 입힌 각색은 흥미진진하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 간의 따뜻한 관계 회복기이면서 동시에 건강한 패자부활전으로 제대로 기능한다. 탐욕이 낳은 엄청난 사태 앞에서 인물들이 저마다 삶의 교훈을 깨닫는 결말도 진부함이 적다.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할 영화이지만 성인들을 위한 풍자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를테면 런던에만 음식 대신 피시 앤드 칩스를 튀긴 기름을 쏟아 붓거나, 과테말라에서 온 현직 카메라맨을 통해 이민자 문제를 건드리는 식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픽사의 ‘업’과 함께 지난해 할리우드가 내놓은 가장 근사한 CG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제작사가 생소한 소니픽처스다. 이 영화만 놓고 본다면 소니픽처스는 픽사와 드림웍스, 워너와 함께 CG애니계 4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애니메이션 장르가 발휘할 수 있는 시각적 재미와 오락성에 관한한 최상급의 솜씨를 보여준다.
가족 멜로 어드벤처 액션 등의 장르적 요소를 뒤섞어 모두 충족시키는 화법은 흡사 관객들을 푸짐한 뷔페식당으로 끌어들이는 듯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