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 교수]“왜 다시 심대평 신당인가”

[금요논단]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충청에 또 다시 신당바람이 불고 있다. 세종시 예정지인 공주·연기 지역구 무소속 심대평 의원이 또 다시 신당창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다시피 심의원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도지사를 사퇴하고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 후 이회창 총재와 함께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후, 자신이 만든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심의원은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면서 아집과 독선에 의한 당운영과 총재 1인 정당의 한계를 지적했다. 심 의원의 말처럼 국민중심당이 실패한 정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국정당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심의원은 전국정당화라는 '망령'에 휘말려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이회창 총재와 손을 잡고 자유선진당을 창당했으나, 전국적인 지지는커녕 충청의 지지만을 확보하는 지역정당의 한계에 머무르고 말았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국민중심당보다는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심 의원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의 지위까지 내주어야하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충청을 대변한다고 하는 정당이 바로 우리 지역의 문제이자 전국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세종시 건설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지역과는 연고가 없다고는 하지만 비례대표의원 수정안 찬성 소신(?)은 지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정당은 어디에 있는가?

본래 충청인은 갈등과 분열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추구한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충청의 자존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소외되고 강압을 당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기며 그 자존심을 지켜왔다. 영남과 호남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명분이 없는 지역갈등을 만들어 왔더라도 충청이 바로 그 중심에서 화합과 통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미래희망'이라는 원칙을 지켜온 것은 지난 우리 정치사가 잘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역을 대변하는 일련의 정치세력이 있어왔다.

그런데 지금 지역을 대변하고 이끌어갈 정치세력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역을 대변할 정치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심 의원 조차도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홀로 서 있을 뿐이다. 이것이 충청의 자존심으로 나라를 바꾸겠다는 실체일 수는 없다. 심 의원의 새로운 창당이 외면적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열보다는 오히려 통합과 화합을 위한 몸부림이 숨어 있다. 심 의원의 자유선진당 복당이 마치 충청의 화합과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미명은 이미 그 실체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것을 자유선진당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의 조직과 운영이 총재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은 결코 지역과 국가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당의 동력이 상실돼버린 정당으로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겪지 않으면 쇄신이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는 새롭게 거듭나야한다. 어느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당론이 결정되고 운영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고 수렴해 국민중심의 정책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만이 우리의 숭고한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다. 애초에 이런 정당을 우리가 만들었다면 세종시 논란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발생한 역사를 되돌리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겸허하게 수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거듭나게 할 수는 있다. 지금과 같은 소용돌이의 중심에 심대평 의원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을 다시 새롭게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통합과 화합으로 이끌어 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동력으로 충청을 대변하고 충청인의 자존심을 지켜낼 견고한 정당을 만들어야할 책임이 바로 심 의원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창당을 결심했을 것이다. 충청의 힘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될 때 비로소 충청이 나라의 중심에서 나라를 바꾸는 사명을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