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학위수여까지도 대표학생 몇 명에게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장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졸업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 졸업식은 그동안 이룬 학업의 성과에 대한 기쁨과 축복의 자리가 되어야 하며, 앞으로 전진을 앞둔 희망과 새 각오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졸업식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를 봐도 미국에서는 배움의 단계를 다 올라와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에서 'graduation'이라고 하는데 반해 영국에서는 '시작'의 의미가 강한 'commencement'라는 단어를 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학생들에게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하는 말은 동서양 간에 오랜 전부터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졸업식장은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솔직히 학교 입장에서도 그 많은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달리 따뜻하게 해드릴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빨리 끝내는 것만을 능사로 생각해왔던 것이다. 2년전부터 건양대학교에서 행해온 새 졸업식의 실험은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졸업생들을 전공별로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즉, 대학원생을 포함해 약 1700여명의 졸업생들을 500~600명씩 3등분해 사흘간 세 번의 졸업식을 거행한다. 총장이 전교생에게 직접 학위증을 수여하고 졸업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수들과 충분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새 출발에 앞선 격려의 자리가 될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졸업식장은 졸업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수들과 재학생 등 모든 이들의 축제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졸업식이 더 이상 귀찮은 통과의례의 자리가 아니라 학교를 떠나면서 아쉬움의 정을 한껏 쏟아낼 수 있는, 뜨거운 만남과 재도약의 자리가 된 것이다.
이 새 졸업식으로 가장 힘들어진 사람은 사흘을 꼬박 참석해 모든 졸업생들과 악수를 해야 하는 총장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4년을 함께해온 학생들인데 그들이 떠나는 자리에서 따뜻하게 손을 잡으며 격려하는 일은 힘들다기 보다는 오히려 뿌듯함을 안겨준다. 4년 동안 교정에서, 또는 통학버스에서 수차례씩 만났을 사랑스러운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격려의 악수를 백일 동안 한들 어쩌랴는 생각마저 든다.
새 졸업식으로 졸업식장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교수들과 후배들과의 대화도 가능해졌다. 식장 앞마당에는 각 학과의 후배들이 차를 끓여 대접하는 것은 물론 대형 사진 벽을 만들어 학과별로 4년 동안 찍었던 각종 행사 사진들을 게시해놓아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또 식장의 단상에는 포토 존을 만들어 누구나 학교 로고가 들어간 멋진 사진을 그 앞에서 찍을 수 있다.
총장을 비롯한 모든 보직자나 내외귀빈들이 졸업생들의 촬영요구에 기꺼이 응하고 있어, 졸업식이 모두 끝난 후에도 보통 30분 정도는 여러 졸업생 및 학부모들의 사진 모델(?)이 된다. 졸업생들은 학과 교수 뿐 아니라 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총장이 자신들에게 귀가 따갑게 하던 얘기들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졸업식에 한 가지 절차가 더 생기게 되었다. 해외취업을 장려하면서 지난해부터 많은 학생들을 해외 인턴으로 내보냈는데 그들이 대부분 졸업식에 참석을 할 수가 없어 그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해외졸업식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달말에 100여 명의 학생들이 인턴실습 중인 싱가포르에 총장과 보직 교수들 몇 명이 직접 가서 현지 졸업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졸업식이 새 출발을 격려하는 자리라 할 때 해외에 있는 그들에게도 졸업식의 참의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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