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
전쟁의 수단이 바뀌었을 뿐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과거에는 주로 이웃 국가를 상대로 하였다면, 오늘날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대상이 되는 전면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공간, 실질적인 영향력을 따지면 과거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분쟁 소식은 언론을 통해 계속 들려온다. 우리나라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이 외국기업이나 특허괴물에게 특허소송을 제기당했다는 이야기, 합의금으로 얼마를 주었다는 이야기, 이제는 우리가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는 이야기 등이 이제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지식재산 전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지면 패자의 쓴 잔을 마셔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한다고 해도 특허가 없으면 수출한 만큼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물어주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속담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승자에게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는 달콤한 사탕이 주어진다. 생사를 건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10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다시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총칼을 들이대지 않을 뿐, 특허라는 강력한 무기로 우리 기업의 손발이 꽁꽁 묶이고 경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현실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제 기업의 CEO는 특허경영을 기업경영의 제1순위로 놓아야 한다. 미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원천특허로 치밀하게 구성된 최강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어야 한다. R&D 결과가 특허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특허전략에 따라 R&D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특허청이 2008년부터 기업·대학·공공연구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동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과 효과성에 대한 소문을 들은 100여 개 주요 기업과 공공연구소에서 10일 '최강 지재권 포트폴리오 갖기 운동' 협약식을 실시한다고 한다.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의 방법론은 정부가 제시했지만 이를 직접 수립하고 펼쳐야 하는 것은 민간 기업과 공공 연구소의 몫인 것이다. 지금은 100여 개 기업이지만 조만간 우리나라 모든 기업이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전략을 당연히 추진해야 할 경영전략으로 인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청은 기업과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에 문을 연 R&D 특허센터를 중심으로 IP(지재권)와 R&D(연구개발)를 체계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고, '최강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방법론' 등의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차원의 노력도 확대된다. 금년 2월 국무총리실에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이 구성되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설치, 지식재산기본법 제정 등 범국가적인 지식재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전 세계적인 지식재산 경쟁 속에서 우리가 한발 앞서 변화하여 힘을 기른다면 '경술국치'와 같은 아픈 역사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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