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어려워도 포기하고, 한 번 넘어지면 일어서지 못하는 우리네 삶은 어쩌면 그런 감동과 사랑을 느낄 여력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병마 속에서 너무나도 작아지는 우리의 존재는 이를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에 더 작아지고 만다.
엄마하고 나하고는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한 농부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 치유의 기록 똥꽃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한국농어민신문'에 2년 넘게 연재된 내용을 모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여든 여덟의 나이에 치매 증세로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유쾌하게 사는 어머니 김정임 여사와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실천한 순수한 농부 전희식 씨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특히 전희식 씨의 전작 똥꽃이 치매 어머니와 시골생활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치매에 대한 편견과 공포를 표현했다면, 이번 책은 치매 어머니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낸 저자만의 치매 어머니 모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눈으로 쓴 편지는 몸 하나 꼼짝하지 못한 채 눈만 뜨고 있는 말 못하는 환자 박응섭 씨의 병상 단상을 담고 있다.
고엽제 뇌경색 환자로 병상에 누워있는 박 씨는 몸을 꼼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음과 모음, 받침으로 글자를 한자 한자 만들어 결국 한 권의 책을 펴냈다.
1999년 교직을 떠난 이후 얻은 뇌경색으로 현재까지 1급 지체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박 씨의 의지와 열정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2003년 8월, 50 거리에서 자음과 모음, 받침을 쓴 자판을 쳐다보며 눈을 깜박이거나 이빨을 마주치는 신호로 글자를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글자공부' 방식을 고안한다.
이후 그는 간병사 장호숙씨의 도움으로 매일 자신의 생각을 한자 한자 어렵게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자신의 생각과 가족과 이웃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책을 펴내기에 이른다.
▲엄마하고 나하고=한국농어민신문/전희식·김정임 지음/272쪽/1만2000원.
▲눈으로 쓴 편지=모아/박응섭·장호숙 도움/286쪽/1만원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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