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젖어 음악에 취해…”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황혼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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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젖어 음악에 취해…”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황혼연가

60대 노인 50여명 연습 '삼매경' 오주영 전문학원장, 편곡 빛발해 “퇴직후 자아 실현·취미로 최고”

  • 승인 2010-02-09 14:08
  • 신문게재 2010-02-10 11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평일 오후 2시. 구성진 트로트 가락이 흐른다 싶더니, 흥겨운 왈츠가 이어지고, 탱고 리듬이 벽을 타고 흐른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아코디언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다. 어깨에 멘 아코디언이 무거울 법도 한데 이들의 표정에선 열정과 행복이 묻어나온다.

 오른손의 건반과 왼손의 바람통이 떨리며 만들어 내는 소리는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신이나 절로 장단이 맞춰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들은 50여 명. 매일 낮에도 10여명이 항상 모여 아코디언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쏟아낸다<사진>. 아코디언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이들의 평균 나이는 60대 중반. 퇴직하고 바로 이곳에 오면 막내가 된다.

배우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퇴직 이후 건강을 위해, 치매 예방을 위해, 봉사 활동을 위해, 가족 앞에서 연주하기 위해, 아코디언이 선사하는 장점은 이들에게 한도 끝도 없다. 사실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아코디언은 향수와 추억의 악기다.

그 옛날 동네에 온 악극단 공연에 따라갔다가 처량하게 울려 퍼졌던 소리에 대한 기억이자, 만병통치를 외치던 약장수와 함께했던 추억이기도 하다.

동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코디언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애절하면서도 뚜렷한 음색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6개월 정도 연습하면 내가 좋아하는 곡 하나쯤은 멋들어지게 연주할 수 있다.

철도역장을 지낸 정봉우(75) 씨는 “이 나이에 집안일 보고 나면 갈 곳이 노인정 밖에 없다”며 “아코디언을 알고 나서는 하루 1~2시간 신나게 연주하고 나면 옛 추억도 떠오르고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고령의 나이로 1년 넘게 아코디언을 배우는 박노철(76)씨는 “오른손으로 건반을 왼손으로 화음을 연주하면 치매 예방에 그만”이라며 “아리랑, 울어라 열풍아 등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고령의 나이에도 아코디언을 쉽게 익힐 수 있는 데는 대전에서 유일하게 아코디언 전문 학원을 이끄는 오주영 Jy실용피아노 원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작곡을 전공한 오 원장은 노인들의 수준에 맞게 악보를 편곡해 누구나 손쉽게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 원장은 “고령이신 분이 많아 기초공부를 마치고 곡 연습을 하기가 어렵고 어르신들이 원하는 악보 구하기도 힘들다”며 “편곡을 통해 일일이 악보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어르신을 위한 교재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042)533-6946.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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