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하루… 마음을 나누며 나를 찾는다

  • 사회/교육
  • 미담

산사의 하루… 마음을 나누며 나를 찾는다

[2010대충청방문의 해] 공주 마곡사 템플스테이를 가다

  • 승인 2010-02-07 15:33
  • 신문게재 2010-02-08 1면
  • 이시우 기자이시우 기자
“한 발 앞으로, 아니 조금 더 멀리….”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상대방의 손을 마주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참가자의 걸음걸이는 더뎠다. 띄엄띄엄 놓인 15개의 돌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이 불안함을 부추겼다.

눈을 가린 참가자는 안내자의 말 한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발을 내디뎠다. 안내자 역시 손을 맞잡은 상대가 행여 물에 빠질까 바짝 긴장했다.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폭 20m의 계곡물을 2번씩 건넌 20명의 사람들은 쉽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 주말을 맞아 6일 충남 공주시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시민들이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이민희 기자
▲ 주말을 맞아 6일 충남 공주시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시민들이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이민희 기자

지난 6일 공주 사곡면 마곡사를 찾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법을 통해 자기를 찾는 길에 들어섰다.

이날 마곡사를 찾은 참가자들도 저마다의 목적과 사연을 갖고 있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찾은 부모와 여행 대신 수양을 선택한 동갑내기 친구, 새해 소망을 이루고자 마음을 다잡으려 참가한 개인 등 성별과 나이, 종교가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다른 종교와 생활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사찰의 엄한 규율은 지키기 쉽지 않았다.

30~40분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명상'이나 108번 절을 올리는 '108배'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했다.

또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오전 3시면 일어나야 하는 일과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린 학생들은 더 힘겨웠다. 뜨겁게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명상 시간에도 몸을 이리저리 뒤틀다 스님의 죽비를 맞기 일쑤였다.

 하지만 태화산 자락에서 하룻밤이 지나면 참가자들을 숙연해졌다. 저마다 기쁨도 발견했다. 생전 처음 부모의 손을 잡고 타종하며 밤의 시작을 알리고 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보자기 하나에 밥상과 밥그릇, 설거지 도구를 갖고 자신에게 알맞은 만큼의 음식을 섭취하며 식사마저도 수양으로 여기는 스님들의 소박한 삶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대구에서 참가한 여상은(17)양과 안현진(17)양은 “올해 고3이 되면서 서로 공부 열심히 하자는 뜻을 다지기 위해서 여행 대신 참여하게 됐다”며 “108배 등의 체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을 인도한 서운 스님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며 살다보니 다툼이 발생하고 서로 상처를 주게된다”며 “템플스테이를 통해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올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충남도는 도내 8곳의 사찰에서 운영 중인 템플스테이와 주변 관광지를 연계하는 관광 코스를 개발 중이다. 전통문화와 충남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와 예약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templestay.com/)로 확인하면 된다. /이시우 기자 jabdaj@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국타이어 2024년 임금협상 조인식… 임금 6% 인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