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로 눈을 가린 채 상대방의 손을 마주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참가자의 걸음걸이는 더뎠다. 띄엄띄엄 놓인 15개의 돌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이 불안함을 부추겼다.
눈을 가린 참가자는 안내자의 말 한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발을 내디뎠다. 안내자 역시 손을 맞잡은 상대가 행여 물에 빠질까 바짝 긴장했다.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폭 20m의 계곡물을 2번씩 건넌 20명의 사람들은 쉽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 주말을 맞아 6일 충남 공주시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시민들이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이민희 기자 |
지난 6일 공주 사곡면 마곡사를 찾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법을 통해 자기를 찾는 길에 들어섰다.
이날 마곡사를 찾은 참가자들도 저마다의 목적과 사연을 갖고 있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찾은 부모와 여행 대신 수양을 선택한 동갑내기 친구, 새해 소망을 이루고자 마음을 다잡으려 참가한 개인 등 성별과 나이, 종교가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다른 종교와 생활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사찰의 엄한 규율은 지키기 쉽지 않았다.
30~40분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명상'이나 108번 절을 올리는 '108배'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했다.
또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오전 3시면 일어나야 하는 일과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린 학생들은 더 힘겨웠다. 뜨겁게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명상 시간에도 몸을 이리저리 뒤틀다 스님의 죽비를 맞기 일쑤였다.
하지만 태화산 자락에서 하룻밤이 지나면 참가자들을 숙연해졌다. 저마다 기쁨도 발견했다. 생전 처음 부모의 손을 잡고 타종하며 밤의 시작을 알리고 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보자기 하나에 밥상과 밥그릇, 설거지 도구를 갖고 자신에게 알맞은 만큼의 음식을 섭취하며 식사마저도 수양으로 여기는 스님들의 소박한 삶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대구에서 참가한 여상은(17)양과 안현진(17)양은 “올해 고3이 되면서 서로 공부 열심히 하자는 뜻을 다지기 위해서 여행 대신 참여하게 됐다”며 “108배 등의 체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을 인도한 서운 스님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며 살다보니 다툼이 발생하고 서로 상처를 주게된다”며 “템플스테이를 통해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올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충남도는 도내 8곳의 사찰에서 운영 중인 템플스테이와 주변 관광지를 연계하는 관광 코스를 개발 중이다. 전통문화와 충남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와 예약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templestay.com/)로 확인하면 된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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