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밤 근무자들은 주취자들의 온갖 욕설과 과격한 행동을 몸으로 막으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일선 치안현장인 지구대에서 안전파수꾼으로 일하는 경찰관들. 대전지역에서 주취자의 크고작은 신고 및 사고가 잦다는 둔산경찰서 산하 둔산지구대를 찾아 이들 경찰관들이 주취자 등과 벌이는 사투의 12시간을 추적했다. <편집자 주>
2월의 첫째 주 주말인 6일 금요일 오후 8시 둔산경찰서 둔산지구대. 밤 근무자들의 교대근무가 이뤄지자마자 둔산동 모 술집에서 술 취한 사람이 행패와 소란을 피우고 싸움을 한다며 이를 처리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술에 취해 폭행을 일삼은 주취자들은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른 일행과 시비가 붙어 다투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지구대로 옮겨졌다.
▲ 밤늦은12시 대전 둔산경찰서 둔산지구대 대원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배정받은 구역을 돌며 순찰을 하고있다./손인중 기자 |
한 여성은 폭행을 일삼은 주취자를 향해 “네가 뭔데 날 때려, 확 그냥!” 온갖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시비 끝에 또 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말리던 한 경찰관이 떠미는 주취자의 손에 맞아 코가 빨갛게 부어오르기도 했다.
7일 새벽 1시부터 관내 순찰을 시작한 김기철 경사와 동행했다. 1시간가량 관내 범죄 취약구역 곳곳을 순찰하던 중 112상황실로부터 신고 사건이 하달됐다.
“둔산2호, 둔산동 모 편의점 네거리 주취자 신고 접수·출동 바람” “알았다”
오후 2시께 둔산동 시청 부근 편의점. 술에 만취한 남자가 추운 거리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축 처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쓰러지고를 몇 번 반복하자 귀찮다는 듯 경찰을 떼밀었다.
김 경사가 “아저씨 정신차려보세요. 집에 갈 수 있겠어요? ”라고 물으니 비틀거리며 도로 한복판에 서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우뚱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그 뒤 “아휴 창피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김 경장은 “저분은 그나마 곱게 돌아가네요” 라며, “주 5일제가 된 후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 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예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전기에서는 '술에 취해 택시비를 내지 않는다'는 신고부터 주취자 기물 파손, 절도사건 접수가 잇따라 순찰 경찰관들은 부랴부랴 사건현장으로 이동하기에 바빴다.
이처럼 지구대 근무자들은 초저녁부터 주취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서로 싸워서 피투성이인 사람들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교통사고 현장조치로 도로 위를 뛰어다니다 보면 새벽이 되기도 전에 온몸이 녹초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한 경찰관은 “매일 밤 주취자들의 소란과 행패로 어려움이 많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이 어렵게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지구대에서는 내근 6명과, 2인 1조로 순찰근무 중인 10명 등 모두 16명의 경찰이 매분 접수되는 주취 관련 신고에 쉴 틈이 없이 움직였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전관내에서 하루에 접수되는 신고건수는 하루평균 675건. 이 중 “주취자와 관련된 사건이 절반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게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의 전언이다.
주취자 신고를 일일이 쫓다보면 정작 경찰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쑤다. 그래서 치안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지구대 순찰요원들은 치안현장 최일선에서 오늘도 순찰차를 몰며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위해 온몸으로 막아서는 안전파수꾼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