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인]그 참새의 몸짓은 '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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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그 참새의 몸짓은 '참'이었을까?

[기고]김세인 중부대 물류유통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10-02-07 13:09
  • 신문게재 2010-02-08 21면
  • 김세인 중부대 물류유통관리학과 교수김세인 중부대 물류유통관리학과 교수
대문을 들어서는데 파닥거리며 제대로 날지 못하는 어린 참새가 강아지에 쫓겨 다니고 있었다. 조심스레 붙잡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새장을 창고에서 꺼내 해진 둥지를 손질하고 모이와 함께 넣어주었다. 다음날 아침에 새장을 들여다보니 먹이를 먹은 흔적은 없고 밤새 둥지에서 꼼짝하지 않은 듯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종일 조바심하면서 해질 무렵 집에 들어서는데 현관 앞 새장 주변이 떠들썩했다. 새장을 들여다보니 어제보단 조금 나아졌는지 짹짹거리며 횃대에 앉아 있는 것이다. 궁금함이 다행스러움으로 변하고 거실로 들어와 새장의 주변을 조심스레 훔쳐보니 소란의 원인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어미인지 누이인지 아니면 친구들인지 서로 번갈아가며 새장의 쇠살 틈으로 주둥이를 들이대며 먹이를 건네주고 있는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오가는 모습에 마른 피가 진하게 흘렀다. 눈길에 밟히는 흔한 새이건만 오늘따라 성스러운 생물로 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참'의 의미를 찾아 혼돈의 시간을 보냈건만 지천명이 되어서야 미물의 작은 몸짓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무선파가 새롭게 세상을 엮고 가상공간으로 힘차게 진군하는 이즈음에, 어원상 '작다'는 의미의 ' '에서 변화한 그 '참'새의 울림이 아직도 눈에, 마음에 응어리져 흐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월이 묵을수록 '사랑'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받는 기쁨과 주는 행복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존의 의미들과 뒤섞여 혼돈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경험하고 학습된 지식으론 궁금증을 풀지 못해 가까운 시립도서관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모든 책을 검색하고 정독한 적이 있다. 철학, 심리학, 종교학에서부터 동물학, 문화인류학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관한 그 많은 개념과 사실들, 실험적 관찰과 연구들은 한마디로 인간의 역사였다.

문학과 예술에서 사용되는 가장 흔한 주제가 사랑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직도 참된 의미를 찾지 못하고 파편적인 조각들만 퍼즐로 엮은 채 희미하게 존재한다. 사랑을 엮고 있는 그 많은 관계어들을 풀 수 없었던 것이다. 단지 어느 팝송의 가사처럼 동일어의 반복보다 더 참된 정의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을 안다는 것만큼 위험스러운 것은 없다. 아는 만큼만 생각하고 생각한 만큼만 느꼈을 뿐이다.

더구나 참사랑은 어떠한가. 생존과 양육, 본능과 자아성취의 욕망을 벗은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종교적 사랑도 벗어버린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 잔셈에 길들여지고 경제로 무장한 이성으로 과연 만족스러운 해를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개념을 명확히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사의 사슬이 불분명한데 의식이 투명할 수 없다. 어쩌면 종교적인 도움 없인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기 경험적 지식의 굴레와 준거의 틀은 미지의 탐험을 가로막는 벽이다. 그렇다고 근원적이고 참된 것의 속성이 우리와 멀리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들의 속성은 가식이나 거짓과는 거리가 멀리 때문에 항상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벌거벗은 나무들을 바라보면 드러나지 않은 뿌리의 진상(眞想)을 볼 수 있다. 허한 가지는 삭풍에 꺾이고 단단하지 못한 뿌리는 폭우에 쉽게 쓰러진다. 또한 뿌리 없는 강물은 항상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그 속성이 바로 강물의 뿌리다. 멸하지 않는 양양한 정신이다. 참되고 고귀한 것은 복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서투른 엮음도 없다. 더구나 자본의 유혹과 기술의 환영에 굴절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제4의 공간을 만들고 현실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금 참세상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참세상으로 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이제 입춘이 지났으니 서서히 참꽃(진달래)이 산하를 점점이 장식할 것이다. 그런데 기억에 맺혀있는 그 참새의 몸짓은 정말 '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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