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미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유진 오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완하]미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유진 오닐

[중도춘추]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 승인 2010-02-04 14:06
  • 신문게재 2010-02-05 20면
  •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필자가 머무는 월넛크리크에서 40여분 거리에 미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유진 오닐(1888~1953)의 타오 하우스(Tao House)가 있다. 그의 작품 『밤으로의 긴 여로』, 『지평선 너머』 등은 국내에서도 수 차례 공연돼 호평을 받아,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지고 친근감을 주는 작가다. 그곳은 그가 193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상금으로 마련해 1937년부터 1944년까지 머물며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곳이다. 노벨문학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와 그에 대한 미국의 관리체계를 살피고자 필자는 그곳을 찾았다.

▲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유진 오늘의 타오 하우스를 방문하는 날 아침 안개가 짙게 끼었다. 필자는 댄빌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렸다. 안내원은 10시에 정확히 흰색 차를 몰고 나타났다. 관람객은 필자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안내원이 모는 차를 달려 10시 30분께 오닐의 집안으로 들어서자 담장 옆에는 흰색의 동백이 한 그루 서 있다. 이제 벙글기 시작한 꽃봉오리와 지금 땅에 떨어져 뒹구는 꽃잎까지, 한 그루의 나무에 동백은 진행형과 완료형 그리고 미래형이 뒤섞여 있다. 그것은 한 작가의 위대한 생애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했다. 작가는 떠났으나 그의 작품은 남았고, 그의 영향을 받은 미래 작가들은 꾸준히 태어나니 말이다.

1층 현관으로 들어서자 벽에는 여러 개의 중국풍 마스크가 걸려 있다. 그곳에는 도깨비탈도 있고 난간에 작은 불상이 얹혀 있다. 또한 층계 앙 옆에 놓인 도자기 코끼리 상도 중국풍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져 2층의 옷장에는 그가 입던 중국 전통 옷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에게 중국의 영향은 대단했다.

안쪽으로 따라가니 응접실과 그 옆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다. 그곳은 밖이 환히 내다보이고 벽에는 생전의 오닐과 가족들 사진이 걸려 있다. 그 한쪽엔 그가 피아노를 치며 웃는 사진이 있다. 안내원은 그 사진이 오닐이 웃으며 찍은 몇 장 안 되는 사진의 하나라 강조한다. 바로 그 아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안내원이 카세트의 버튼을 누르자 오닐이 생전에 치던 피아노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수준급이다. 작가의 사진과 그가 치던 피아노, 그때의 연주 소리가 어울려 필자에게 키 큰 안내원이 바로 오닐이 되어 서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2층으로 올라가 유진 오닐의 침실을 지나 집필실로 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책상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오닐은 바다를 대단히 좋아한 까닭에 그의 집필실 천장이나 벽은 배안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북쪽을 향해 놓인 책상 앞의 책꽂이에는 책들이 꽂혀 있어, 오닐은 이곳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연필로 초고를 작성했다. 이어서 남쪽에 놓인 책상에서 퇴고하고 완성시킨 다음 바로 옆의 작은 베란다 형식의 방에서 타이프로 쳤다. 그가 쓴 원고를 복사해서 코팅한 자료를 살피는 동안 안내원이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극의 배경음이 깔리며 오닐이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우리를 연극 속으로 불러들인다. 그가 머물던 공간은 하나하나 뜯어보니 모두 연극의 무대처럼, 그가 놓아둔 물건들 하나도 소품처럼 잠시 후에 등장할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마침 걷히기 시작한 안개로 가까운 정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담장을 따라 산책로를 내려가니 파란 풀밭이 펼쳐지고, 가깝게 작은 호수도 있어 한결 분위기가 편안하다. 주변에 둘러선 나무에서 온갖 새소리들이 감미롭게 쏟아진다. 마치 곳곳마다 무대장치를 마치고 이제 곧 막이 오르기 직전의 설렘으로 한껏 긴장하고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그 순간, 오닐이 껄껄껄 웃으며 그의 콧수염을 훔치며 쓰윽 나타날 것만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