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앞에 설치된 백남준 작품 '프랙탈 거북선'<사진>의 미술관 내 원상 복귀 결정에 지역 예술인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똑같은 작품이 설치 장소만 달리했을 뿐인데 그 가치가 천양지차를 보이는 데는 작품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이런 인기는 사실상 서울문화재단의 노력의 결과다. 빛 축제를 주최한 재단은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어울릴 만한 작품을 찾아 나섰고, 대전시립미술관에 백남준 작품인 프랙탈 거북선이 있음을 알아냈다. 재단은 수리비, 운반비는 물론 소장처 명기 표기 등을 내세우며 미술관에 대여 의뢰를 해왔다.
두 달 동안의 무료 대여이긴 했지만 미술관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그동안 거북선은 부품 수급 문제로 상당 부분 고장 된 채로 방치돼 있었으며, 전시관 중앙홀에 위치한 탓에 전시 컨셉트와 상관없이 좌중을 압도하는 강한 이미지로 미술관의 '골칫덩어리'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예상됐던 리모델링으로 수장고 행이 예고돼 있었다.
이랬던 거북선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면서 지역에서와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거북선의 인기에 대여 연장을 제안했고, 미술관은 구두지만 조건 없이 연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시는 구두에 대한 효력 없음을 이유로 미술관 내 제설치 비용을 재단에 부담시키는 조건으로 대여 연장을 허락했다.
오는 15일까지 연장 전시가 끝나면 거북선은 다시 대전으로 돌아온다. 시는 거북선의 인기를 인식해 수장고가 아닌 본래 자리에 제설치토록 했으며, 유리관을 활용한 외부 설치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유보했다. 하지만 거북선이 돌아온다고 거처가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리모델링이 남은 만큼 거북선은 또다시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인 A씨는 “거북선이 제 가치를 발휘하려면 작품이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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