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다시 문을 연 '대훈서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영진]다시 문을 연 '대훈서적'

[시론]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 승인 2010-02-03 14:33
  • 신문게재 2010-02-04 21면
  •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던 대훈서적이 다시 개업을 했다. 반갑다. 하지만 부도 당시의 상처 탓인지 매장 분위기는 썰렁해 보인다. 한강 이남에서 으뜸가는 책방이라 자랑했던 책방이었다. 노점상에서 시작, 대형 서점으로 키운 김주팔 사장의 사망으로 부도를 맞고 문을 닫았다.

▲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
그러나 그 자제가 다시 문을 열었다. 옛날부터 출판사와 책방은 선비들이 손을 대는 직종으로 인식되어 왔다. 책은 그래서 '선비의 벗'이요, 지식의 보고라 일컬어져 왔다. 거기에 독서는 출세의 지름길이며 지성의 반려라 치부했다.

하지만 세태는 인문(人文)보다 경제와 과학의 '메커니즘 앞에 주눅이 들어 비틀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바람에 철학과 문학은 한걸음 밀려나 빛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폭발하는 지식과 범람하는 출판물 앞에 생활인들은 시련을 겪고 있다.

그래서 존 세필드라는 사람은 '독서는 호머 한 권으로 족하다'고 했고 스미스라는 인물은 '베스트셀러란 평범한 재능으로 조각한 묘비(墓碑)에 불과하다'고 내뱉었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 정독이냐, '남독'이냐는 방법론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남독'은 시간 절약이라는 이점은 있으나 대충 챙길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니 정독을 권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생각할 것은 단면이나 토막지식은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일찍이 이런 경구가 있어 왔다.

'The little Knowledge dangerous thing'이라고. 그러면 우리 출판계는 어떻고 독자 성향은 뭐라 설명해야 하는가? 온갖 출판물의 홍수를 이루어 신문 잡지는 이제 공해(公害) 취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서점과 도서관은 중·고교 학생들과 시험 준비생 일색으로 일반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학 풍토만 봐도 그렇다. 수없이 많은 시집과 잡지가 나오지만 책방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니 읽지도 팔리지도 않는 우리의 풍토다. 이것은 분명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독자보다 문인이 많은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리타분한 향수타령에 '영탄조'라면 독자는 식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시의 해삽성(解澁性) 때문에 독자는 무시된 채 시인 상호간의 '통신부호'요, '암호'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이 또한 비극이다. '독서는 국력'이라는 말처럼 선진국으로 갈수록 독서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민의 독서율은 어느 수준인가를 생각해본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라 한다면 독서율은 이에 맞먹는가. 세계의 독서율 1위는 일본, 2위 프랑스, 3위 독일, 4위 미국이라는 통계가 있다.

일인들은 비행기, 열차, 버스, 선박, 공원에서도 짬만 나면 손에 책을 든다. 손가방엔 일상 책을 넣고 다닌다. 공원 입구에서 냉차를 파는 노파도 손님이 뜸할 땐 소설책을 손에 든다. 술집 아가씨도 '기쿠지캉'의 연애소설 '아쿠타가와'의 작품 나츠메 소오세키를 들먹인다.

'잇사'와 '바쇼'의 하이쿠 한두 편을 줄줄이 읊어댄다. 그 바람에 일본의 출판업계는 호황가도를 달린다. 해묵은 이야기다. 지난 1973년 중도일보에 필자는 '요시가와(吉川英治)'의 소설 삼국지를 번역, 연재한 일이 있다. 도중에 신문사 통폐합으로 중단됐지만….

그때 삼국지 원본이 45중판인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에선 3~4판만 내도 대박이 터졌다고 외친다. 베스트셀러 하면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100만부가 팔렸다. 하지만 독서왕국 일본에서 45중판이라면 수천만부가 나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본의 작가 중에는 재벌급 납세자가 들어 있다. 그쯤 되면 귀족이다. 죄와 벌의 소설로 유명한 도스토옙스키가 애인의 반지를 도박판에 던진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의 출판문화와 문인들의 처우는 언제쯤 정착될 것인가. 수수(愁愁)로워질 따름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